지난 1년 동안 법조, 검찰을 출입하는 기자로 생활하면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늘 중요한 비중으로 다뤄진 인물이었다. 우 전 수석과 관련된 일정이 발생하는 날은 ‘특급’으로 분류할 만한 뉴스로 다뤄졌고, 취재원과 가진 여러 자리에서도 우 전 수석은 자주 화제로 등장했다.

대부분 우 전 수석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같은 그의 일생과 현재의 모습이 소재로 다뤄졌다. 우 전 수석은 소년급제해 검사복을 입은 뒤 영광과 좌절을 두루 겪었던 인물이다. 그리고 절치부심해 최고 권력에 가까이 갔고 결국 친정이었던 검찰을 쥐락펴락하는 권세를 떨쳤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 함께 그는 현재 적폐와 정치검사의 상징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지난 29일 우 전 수석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네 번째 검찰소환이었다. 그는 예전처럼 신경질적이거나 날카롭지 않았다. 질문하는 기자를 쏘아보는 ‘레이저 눈빛’도 보이지 않았고, 목소리도 상당히 낮아졌다. 다만 그가 미리 준비했던 말은 비장했다. 그는 “네 차례나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그게 내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겠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 발언에는 수차례 검찰조사대에 오른 자신의 처지에 대한 억울함과 비통함, 의지가 읽혔다.

현재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해 세 번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 진행하는 수사는 세 갈래다. 처가의 부동산을 고가 매매했다는 의혹, 최순실씨 등 국정농단 활동을 묵인하거나 방조한 의혹(문화계 블랙리스트,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감찰 방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으로부터 ‘비선보고’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이 중 처가의 부동산, 즉 넥슨 땅 문제는 이미 검찰 특별수사팀이 무혐의를 내린 사건이지만 최근 재수사 결정이 내려졌다. 최순실씨 등 국정농단 활동을 묵인하거나 방조한 의혹도 지난 검찰과 특검팀이 부단히 수사했다가 사법처리하지 못했지만 최근에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으로 다시 다뤄지고 있다. 그리고 최근 새롭게 수사대상에 오른 부분이 추명호 전 국장에게 비선보고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검찰 역사에서 이렇게 특정인물이 1년에 걸쳐 다양한 혐의로, 집요하게 수사대상이 된 적이 있었을까 싶다. 우병우 전 수석이 아닌 다른 인물이라면 ’표적수사’나 ‘먼지털이식’ 수사라는 비판이 일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 아닐까. 만약 검찰이 우병우 전 수석이 아닌 다른 인물을 대상으로 1여년간 이렇게 수사를 벌였다면 사회각계에선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검찰은 현재 우 전 수석에 대한 세 번째 구속영장 청구를 준비 중이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소재를 바꿔가며 이렇게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우병우 전 수석의 삶의 흔적과 그의 주장에 긍정하거나 공감해서가 아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수사대상이 되는 제2, 제3의 인물이 다시 나올 수 있어서다. 다시 구속청구가 된다면, 우 전 수석과 검찰의 ‘마지막 승부’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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