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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풍당당 여변]어쩌다 변호사, 어쨌거나 변호사
진형혜 변호사  |  jinhh@maest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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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호] 승인 2017.11.27  10: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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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아직 11월임에도 이미 계절은 한겨울 추위로 접어드는 11월의 어느 오후. 점심 시간의 여유조자 주지 않고 울려대는 전화를 받아든 순간 숨 쉴 여유도 없이 긴장된 목소리가 쏟아진다. “진 변호사님이시죠? 저는 OO신문사의 OO기자라고 합니다, 김OO씨 사건 아시죠? 그 사건으로 전화드렸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의 공보이사를 맡은 지난 2년간 숱한 기자들의 전화를 받았건만 아직도 기자들의 전화를 받는 것은 여전히 긴장되고 조심스럽다. 오늘 아침 사무실에 출근함과 동시에 훑어 본 인터넷 주요기사들에서는 그런 이름이 없었는데 김OO이 누구지? 근데 왠지 낯익은 듯한 이름에 마음이 조급하다. 전화를 응대하며 동시에 검색한 김OO의 이름과 그에 관한 뉴스를 읽는 순간 황당함과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치밀어 오른다. 두어달 전 자신이(정확히는 자신의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 고객으로 거래해 온 대형로펌의 신입변호사 친목모임에 합석한 후 술에 취해 변호사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고 심지어 여자변호사의 머리채를 잡는 등의 폭행이 있었고 그럼에도 해당 로펌은 대형고객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이를 덮고자 하였다. 당시 김OO은 합석해 있던 사람들에게 “너희 아버지 뭐하시냐”는 등의 저속한 금수저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는데 그는 올해 1월에도 술집 종업원에게 폭언을 하고 뺨을 때리는 등의 폭행을 하여 집행유예의 유죄 판결을 받은 화제의(?) 인물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의 분노와 공감 1순위는 가진 사람들,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거나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상대방에게 자행하는 갑질에 대한 비난과 성토이다. 그러한 상대방의 범주에 변호사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음은 이번 사건이 명백히 보여준다. 변호사라 해서 그러한 일을 당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또한 변호사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아야 할 특권층이라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거액의 수임료를 지불하는 고객이라는 이유로 고객으로부터 모욕적인 언행을 감내하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머리채를 잡히는 폭행을 당하고도 회사의 VIP 고객이라는 점 때문에 참아야 했던 그들이 바로 억울한 이들을 위해 싸우고 국민의 권리와 인권을 수호하는 길에 막 들어선 신입 변호사들이라는 사실이 황망하고 참담할 뿐이다. 이 사건은 폭행을 당한 변호사들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하여 더 이상의 수사나 처벌 없이 종결될 상황이다.

이제 막 변호사가 되어 세상과 마주한 젊은 변호사들이 이번 사건을 접하며 ‘어쩌다 변호사’ 라는 탄식을 토해낼까 걱정이다.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받기도 하고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다. 그러나 어쩌다 변호사가 아니라 어쨌거나 변호사여야 한다. 김OO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 어쩌다 변호사로서 또 다른 상처가 아니라 상대방의 실수를 관대하게 용서하는 어쨌거나 변호사로서의 넉넉한 행동이었을 거라 믿고 싶다.

변호사의 힘과 진정한 자신감은 내가 맡은 사건에 대한 승소 판결이 주는 잠시 잠깐의 공명심이나 우쭐함이 아니라 변호사로서 마땅히 추구하여야 하는 사법적 정의와 국민에 대한 봉사, 불의에 맞서는 용기에 대한 국민의 격려와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라 믿는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변호사를 지원하였다면(그럴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국민에 대한 봉사와 사회적 정의 실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청춘의 값진 한 시절을 바쳐 이제 변호사로 입문한 신입변호사들이, 머리채를 잡히는 폭행을 당하였지만 가해자를 용서하겠다는 의사를 표한 여성변호사가 이번 일로 상처받지 않아야 할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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