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판사, 검사, 변호사를 일컬어 법조삼륜이라고 한다. 그러나 판사(判事), 검사(檢事)와 달리 변호사(辯護士)는 선비 ‘사(士)’자를 쓴다. 선비란 고결한 인품, 학식과 예절, 의리와 원칙을 중시한다. 선비로서의 품격과 자긍심은 변호사의 기본이다. 판사, 검사와 달리 변호사가 사건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변호사의 모습이 선비에서 상인, 변호상(辯護商)으로 변질되고 있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 사법시험 1000명 시대에 이어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법조인 대량생산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미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

밖으로는 유사직역 자격사들의 직역침탈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안으로는 변호사 수 급증으로 인해 일자리와 일거리가 부족해진 탓에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종래 전관예우는 법조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이는 변호사 수가 급증한 오늘날에는 극히 일부 변호사에 국한된 얘기다. 특히 행정부나 금융계의 전관예우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오히려 변호사 수 급증으로 구치소에서 유력 피의자가 변호사를 마치 집사처럼 부린다는 뜻에서 명명된 이른바 ‘집사변호사’의 등장, 비변호사가 법률사무소를 개설하여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청년변호사들의 고용을 좌지우지하는 소위 ‘사무장 사무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청년변호사들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

언론매체나 사기업은 물론 법원, 정부, 지자체 등 공공기관마저도 변호사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다. 정당한 대가의 지불 없이 공익활동 명목으로 변호사를 부려먹는데 익숙하다. 부당한 대우를 하면서도 “하기 싫으면 그만두라. 변호사는 많다”는 식이다.

최근 재벌 3세인 김모씨가 변호사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가한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모씨는 지난 9월 말 대형 법률사무소 소속 신입 변호사 10여명의 친목모임에 참석하여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상태에서 자신보다 연장자도 섞여 있는 변호사들에게 “너희 아버지 뭐 하시느냐” “허리 똑바로 펴고 있어라” 등의 모욕적인 막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김모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자신을 부축하는 남성 변호사의 뺨을 때리고, 여성 변호사의 머리채를 쥐고 흔들었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그야말로 변호사 수난시대다. 손꼽히는 대형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이 이 정도 봉변을 당하고 있다면 중·소형 또는 개인 법률사무소의 변호사들의 처지는 어떻겠는가.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자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고 대한변협은 고발장을 접수하였다. 변호사의 권익을 수호해야 할 변호사단체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변호사는 여전히 사법체계의 한 축으로서 인권보호, 정의와 법치주의 실현 등 다양한 공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오늘날 변호사는 이미 과거 특권층으로 여겨졌던 그런 변호사가 아니다. 특히 청년변호사들은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이들에게도 언제, 어디서나 믿고 기댈 수 있는 언덕이 필요하다. 대한변협과 지방회가 바로 이들의 든든한 언덕이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