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변호인은 크게 네 차례 의견을 개진하게 된다. 첫째가 수사기관에 대한 것, 둘째가 영장전담법관에 대한 것, 셋째가 형사본안 중 1회 기일에 앞선 것, 넷째는 최종변론이다. 형사본안의 변론과는 달리 검사와 영장법관에 대한 변론은 빈약하거나 허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는 현재진행형으로 변화되기 마련이고, 참고인의 진술과 압수물을 포함한 수사기록을 볼 수 없으며, 피의자가 자신의 기억 전부를 진실되게 고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설사 그가 진실된 고지를 하였더라도 다른 객관적 증거들을 염두에 둔 주장을 하여야 하고, 피의자의 주장을 그대로 대리 표명하여서는 결과가 좋지 않다. 따라서 형사변호인은 의견을 개진함에 있어 다음의 점을 유의하여 사건의 경과를 객관적으로 전달하여야 한다.

첫째, 피의자는 상담 시 일정부분 허위고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여 가급적 사건선임 전에 경험칙을 총동원하여 깊이 있는 현상을 파악해야 한다. 일단 사건선임에 주된 관심을 갖고 나중 변론에서 주요 사항을 발견하게 되면 신뢰관계가 파탄나고, 나쁜 결과를 맞을 수 있다. 또 의뢰인은 자신의 허위고지를 변론의 중요 장애요소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변론결과를 변호사의 능력문제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사건문의 단계와 사건선임 이후 추가로 밝혀진 내막은 크든 작든 다른 경우가 많다.

둘째, 수사받은 횟수와 방법, 피해액, 주모(主謀) 여부, 공범의 수와 책임관계, 압수 여부 및 압수 가능성을 고려하여 조속히 구속사건과 불구속사건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명백한 구속사건과 명백한 불구속사건의 중간 지점에 있는 사건들에 대해서 확률계산에 밝을 필요가 있다. 구속이 고려되고 있는지 순진하게 검사에게 질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수사의 큰 그림이 보일 때까지 구속사유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하여야 한다. 구속사건은 불시에 일격을 당할 수 있으므로 변론 속도에서 불구속사건과 차이를 두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셋째, 수사기록을 볼 수 없으므로 진행되고 있을 수사를 모두 염두에 두고 검찰의 증거수집 경과를 짚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의 진술을 뒷받침할 유의미한 참고인이 있을 경우 참고인 조사와 증거보전 청구절차와 관련한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다. 검찰은 상당수의 사건에서 경찰의 증거와 변호인의 자료 중에서 경찰의 증거를 우위에 둘 뿐만 아니라 적법성에 대해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변호인은 사건의 경위와 관련하여 최대한 폭 넓은 주장을 하여야 할 필요도 있다. 검사의 객관의무에 환상을 가져서는 아니 된다. 검사는 기소권자이면서 동시에 적극적인 공격자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변호인의 주장은 증거로써 뒷받침 되어야 하고, 객관적 증거 앞에서 검사는 객관의무를 발동한다.

넷째, 변호인의 주장은 사실에 대한 것과 법리에 대한 것을 명확히 구분하여 명료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연차에 따라 처음에는 법리 주장을 많이 하고, 나중에는 사실 주장을 많이 하는 것이 대체적이다. 무혐의와 무죄는 사실과 법리 양쪽에서 모두 가능한 것이므로 법조경력이 짧은 분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섯째, 구속영장청구서의 확보가 앞으로 쉬워질 전망이지만 맹신하여서는 아니 된다. 영장청구서를 뒷받침하는 각종 수사서류를 감안하지 않고 무리한 주장을 펼치거나, 구속사유 중 특정사유에 집착하여 다른 부분을 소홀히 다루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형사변호인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변론계획을 세워야 하고, 상대와 나, 증거와 주장 사이에서 균형적 변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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