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의 입학, 취직, 공무원 임용 제도의 특징은 정량 평가보다 정성 평가 비중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서울대의 경우 정량 평가를 상징하는 수능 전형으로 뽑는 비율이 50%를 훨씬 하회한다.

문제는 그러한 선진적(?) 제도가 심어져 있는 우리의 현실이다. 학연, 지연, 혈연, 부연(부모의 인맥, 재력 등 사회적 지위라는 가장 효과적인 인연)이 선진국과 달리 아주 강력하고 은밀하게 작용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제기한 우리은행의 “너거 아버지 뭐 하시노”를 고려한 취업 특혜 의혹이 극명한 예다. 강원랜드, 국제원산지정보원 등 각종 공공기관들이 취업특혜 의혹으로 난리다. 더욱이 이것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은 슬프지만 공지의 사실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기관 취업 비리 전수조사 지시는 이런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에 바탕한 것으로서 환영할 만하다. 한편 우리나라 불공정 취업 실태가 그만큼 광범위하고, 심각하다는 또 하나의 방증이기도 하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우리나라는 아직 정성 평가 비중을 높여갈 토양이 아니다. ‘정성 평가’라고 쓰고 ‘음서제’라고 읽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화남의 귤이 화북으로 가면 탱자가 된다. 현실을 도외시하고, 선진국 흉내를 내어 정성 평가 비중을 높이는 얼치기 개혁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전국의 법학전문대학원들, (대형)법무법인들도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강 건너 불 보듯 하지 말고, 입학과 취업에 있어 정량 평가 비중을 높여 현대판 음서제라는 기존의 오명 내지 오해를 씻어 나가기를 앙망한다. 그리고 기존에 부정입학, 특혜채용이 있는지에 대하여 차제에 적폐 청산 차원에서 자체 조사에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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