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민사소송 등 인지법상 인지액 관련 규정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현행 인지제도는 소가가 증가하거나 심급이 올라갈수록 인지액이 높아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문제는 소가가 높은 소송이나 집단소송의 경우 인지대만 수억원 혹은 수십억원이 되다 보니 피해자들이 인지액의 부담으로 소송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다.

사회적 약자가 돈이 없어 재판을 받을 수 없는 점은 큰 문제다. 따라서 인지제도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러한 절실함에 부응해 대한변협이 제시한 개정안이 발의 된 것은 환영할만하다. 개정안에는 소가 대비 인지액 비율을 현행의 1/2로 감액하고, 인지액상한제를 도입하며, 심급별 동일한 인지 첩부 등 인지액을 전체적으로 대폭 감액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 같은 개선안에 대해 인지제도가 남소방지의 목적이 있고, 소가 및 심급이 상향함에 따라 소송의 난이도가 높아지므로 현행제도의 틀은 유지돼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우선 인지제도의 목적을 남소방지에만 둘 수는 없다. 인지액은 ‘사법수수료’의 성격을 가진 만큼 그에 상응하여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능도 갖고 있다.

개정안이 한층 재판청구권을 두텁게 보장해 줄 것으로 보이나 그 내용에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남아있다.

이에 향후 선진국에서 운용되고 있는 인지제도를 참고하여 인지제도의 폐지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행정심판에서 인지대 비용이 들지 않아 국민의 권익보호에 한몫을 하고 있는 점도 참고할 만한 사항이다.

인지액은 소송을 위해 지급할 최소한의 비용으로서 재판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다. 인지액이 재판을 하려는 국민에게 진입장벽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변협의 인지액 감액 노력이 담긴 개정안이 통과되어 선진적인 재판제도가 조속히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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