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과 미국 과학자들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CRISPR Cas9)’을 활용해 심장병인 비후성 심근증 유전자를 갖는 인간 배아에서 해당 유전자 교정에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유전자 가위란 유전자의 잘못된 부분을 제거해 문제를 해결하는 유전자 편집(Genome Editing) 기술로, 최근 개발된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정확도가 높고 비용이 저렴해서 이종이식이나 유전병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교정, 항암세포 치료제와 같이 다양한 활용 가능성에서 큰 기대를 얻고 있는데, 위 연구결과 발표로 이러한 세간의 기대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연구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과학기술 연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관한 고민을 상기시켰다.

우리나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은 임신 외 목적으로 배아 생성을 금지하고(제23조 제1항), 인간배아 연구는 보존기간이 지난 잔여배아에 관하여 제한적 범위 내에서만 할 수 있으며(제29조 제1항), 배아, 난자, 정자 및 태아에 대한 유전자치료를 금지(제47조 제3항)한다. 반면, 미국은 법률상 인간배아 연구를 금지하지 않는다. 이에 법률 자문을 받은 한국 과학자들은 배아 실험에 사용할 유전자 가위를 제작해 제공하고 미국 과학자들이 인간배아 유전자 교정 실험을 하도록 공동 연구를 진행하였다.

한국 과학자들은 생명윤리법상 규제 때문에 이러한 접근이 불가피했음을 강조하면서 유전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과 이들이 출산할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생명윤리법을 개정해서 인간배아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이들이 생명윤리법에도 불구하고 위 연구에 참여한 것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여부는 논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으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민감한 규제 논의를 당장의 의학적, 산업적 효용성만을 내세워 제기하는 것이 법제도 정비에 기여할 수 있을지 여부도 의문이다.

비단 위 연구뿐 아니라 새로운 과학기술 연구는 검토하고 논의하여야 할 다양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오로지 유관 분야의 과학자들만의 몫이라고 할 수 없다. 특히, 우리 변호사와 같은 법률가는 우리 사회의 시민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인권의 근본요소로서의 생명의 소중함을 수호하기 위하여,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연구 발전을 지원하면서도 새로운 과학기술 연구가 야기할 수 있는 위험을 신중하게 관리·감시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와 절차를 마련하는데 더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참여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일찍부터 위와 같은 문제에 깊이 천착해 오신 선배 변호사님들을 주축으로 생명가족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인공지능, 줄기세포 연구, 낙태,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 등 이슈들에 대해 의사, 교수, 사회운동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강의를 듣고 토론하면서 변호사들이 관련 분야에 관심과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법률가들의 노력이 새로운 과학기술연구가 합법성과 정당성을 확보하여 발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법제도 마련·정비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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