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구지방변호사회 산하 이주여성 및 외국인근로자 등 법률구조위원회는 법률적 도움이 필요한 이주여성 등 외국인근로자를 위해 법률구조사건을 수행하고 있는데, 법률구조과정에서 외국인근로자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갖는 자기모순적 인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맡게 된 사건은 남편의 폭행으로부터 도망친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으로, 그녀는 국제결혼 업체를 통해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온 경우였다. 막상 와보니 남편은 의처증에 가까운 집착으로 이주여성을 감금하고 매일 같이 술을 마시며 폭행을 일삼았다. 아이도 출산하였으나 남편은 이주여성이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해 밤이면 야산으로 끌고 가 손발을 묶고 각목 등으로 폭행하며 “내가 널 돈 주고 데려왔기 때문에 널 죽여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 등으로 협박했고, 아이와 함께 그녀를 안방에 감금했다. 아이를 위해 참고 살던 그녀는 남편이 아이까지 죽이겠다고 협박한 다음에야 도망쳐 여성쉼터로 갈 수 있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남편이 캄보디아 출신의 이주여성 배우자를 시종부리듯 하며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이럴거면 내가 왜 그 돈을 주고 너를 데리고 왔느냐” “그러니까 너네 나라가 그렇게 가난한거야”라는 식으로 모욕해오던 중에 이주여성이 한국말을 익히고 소소한 말다툼이 생기기 시작하자 폭행으로 억압해 이주여성이 법률구조를 신청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이주여성들의 가사법률구조 사건 대부분은 여성의 출신국가가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보다 가난하다는 점에 기인해 남편이 그들의 인격적 가치까지 무시하고 하대하며, 여성을 배우자가 아닌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한 물건처럼 생각하는 태도가 혼인관계 파탄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나는 이주여성들의 사건을 수행하며 수십년 전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태평양을 건넜을 우리 국민과 ‘파독광부, 간호사’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들 역시 머나먼 타국에서 오직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고초를 겪지 않았던가. 그들이 지금 내가 맡은 이주여성 사건과 같은 일을 얼마나 많이 겪어야 했을까.

우리는 위 남편들의 태도에 대해 비판을 할 수도 있다. 외국에서 아시아인이 당하는 차별이 부당한 것처럼 출신국가나 피부색으로 그 사람의 인격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은연중에 북미, 유럽 출신의 외국인과 동남아시아 출신의 외국인을 달리 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는 수년 전 개그프로그램에서 유행하던 “사장님 나빠요”에서도 잘 보여준 바 있다. 우리 스스로 차별을 당하는 것에는 분노하면서도 동시에 같은 맥락으로 한국의 이주여성과 외국인근로자는 차별하는 자기모순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기모순은 관념적으로는 쉽게 잘못을 이해하고 반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 거주하며 차별을 하는 입장에 놓인 우리가 쉽게 변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 가운데 이주여성 구조사건을 통해 우리의 과거를 반추하고 현재 우리 사회의 이러한 모순을 반성할 수 있게 된 것은 값진 경험이었다. 법률구조를 받은 이주여성들의 혼인관계는 해소되었지만 여전히 그들과 그녀들의 2세들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우리 역시 그들과 같이 서러운 편견과 차별을 당해야 했던 과거를 기억하며 그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따뜻하게 포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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