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2장의 한 구절이다. 이 대목을 보며 조선왕조 개창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딱딱한 정치적 분석보다, 600여년 전 우리 조상들이 노래했을 순 우리말 가사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절로 하게 된다.

그리고 구절의 말미에 ‘여름’이라는 단어가 뜨거운 여름(夏)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열매(實)를 의미하는 옛말이라는 것이 참 흥미롭다. 사실 여름이나 열매라는 단어 모두 우리말의 동사인 ‘열다’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한다. ‘열다’라는 동사가 명사화 하여 ‘열음’이 된 후 지금 우리가 쓰는 여름이란 단어가 되었으며, 열매라는 단어 역시 ‘열다’라는 단어가 오랜 시간 변하면서 열매라는 싱그러운 단어로 정착한 것이다.

사람들은 여름을 만물이 성장하는 계절이라고 한다. 봄의 파종과 가을의 추수 사이에 뜨거운 빛을 자양삼아 모든 생물이 무럭무럭 자라나기 때문이다.

자연의 이치와 마찬가지로 1학기가 끝나고 2학기가 시작하기 전인 여름방학을 보내는 법전원생들에게도 여름은 성장을 위해 무척 중요한 시기이다. 1학년 원우들은 법전원에서 첫 방학을 보내며 자신의 진로를 설계해볼 수 있는 발돋움의 시간이며, 마지막 방학을 보내며 졸업시험과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3학년 원우들에게는 여름방학은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기일 것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2학년 원우들은 법전원 생활의 정중앙부를 보내며 부족했던 공부를 보충하는 동시에 실무수습을 통해 실무의 소중한 경험을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어떤 이는 변호사사무실에서 실제 변호사의 생활을 체험하고, 어떤 이는 사법연수원에 가서 앞으로 끊임없이 접할 법원 문서의 기초를 마련하며, 또 다른 이들은 검찰로 법원으로 실무수습을 떠나 실제의 기록을 접하며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것이다. 물론 실무수습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도 많을 수 있겠지만…….

나도 나만의 열매를 맺기 위해 법학도서관에 앉아 여름을 보내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처럼 산으로 바다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고향에서 굵은 땀을 흘리고 계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시골 면사무소의 주사로 지내며 나를 응원하고 있는 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제법 바빠지곤 한다. 꽃 좋고 실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나무의 뿌리가 깊이 자리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름. 이 단어에는 ‘여름(夏)’이란 뜻, ‘열매(實)’라는 뜻, 그리고 ‘열다(果)’라는 뜻의 고금(古今)의 의미가 어우러져 있다. 이번 여름 나만의 열매가 실하게 열리기 위한 노력을 하며 외쳐본다.

여름(夏)! 여름(實)! 여름(果)!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