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휴정기였다. 법원이 재판을 쉬므로, 자연스레 변호사들이 변론준비 및 재판출석의 부담에서 벗어나 쉼과 충전을 갖는 기간이다. 요즘 변호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는 듯하다. 업무상 상대방과 싸워 좋은 결과를 얻어내야 하는 부담감, 때로 의뢰인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사무실 운영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 때문이다. 게다가 변호사가 처리하는 사건 중에 똑같은 사건은 거의 없다. 1개의 사건을 처리하면 또 다른 사건을 다시 처음부터 파헤쳐 논리를 세우고, 창 대신 문장과 변론으로 상대방과 싸워야 한다. 이러한 삶은 시지프스가 바위를 산 정상에 가져다 놓으면, 굴러 내려가 끊임없이 그 바위를 또다시 산 정상에 올려놓아야 하는 것과 아주 흡사하다. 이처럼 스트레스가 쌓이는 삶 속에서 변호사들은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변호사뿐 아니라 현대인이라면 어쩌면 당연히 견뎌내야 하는 삶의 무게인지도 모른다. 스트레스 속 한 가운데 서있는 우리가 회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휴가를 의미하는 바캉스(vacance)는 비어있다는 뜻의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휴가 기간에 육체의 휴식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의 내면에 가득 들어있는 찌꺼기를 비워내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 아닐까? 무작정 휴가지로 떠나기보다는 우리 내면의 찌꺼기를 말갛게 비워보자. 휴가철이니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것을 의무처럼 숙제하듯이 해치울 때 그것은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노동이다.

삶의 베테랑들은 어느 곳에서나 일과 휴식의 밸런스를 잘 취한다. 진정한 휴식은 순간에 몰입하여 열심히 일하면서도 잠시의 쉼을 통해 생기를 잘 유지하는 것이다. 몰입하여 일하고 난 후, 잠깐의 휴식으로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 이것이 우리 변호사들에게 필요하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우리의 책상에는 그동안 처리하지 못한 일들이 쌓여있을 것이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사건들은 여전히 남아 있겠지만, 이런 생각들로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말자. 휴식을 누려야 할 시간에 우리의 뇌와 마음이 계속 공회전하면서 진정한 쉼을 누리지 못한다면 이것 역시 어리석은 일이다.

에어컨도 없었던 그 옛날, 찌는 무더위에 정조 임금은 “더위를 물리치는 데는 독서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하며 독서피서법을 즐겼다고 한다.

우리는 멀리 떠나는 근사한 휴가여행이 아니더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진정한 휴식을 가질 수 있다. 소박한 휴가일지라도 육체의 휴식과 더불어 자신을 내면을 들여다보며 본래 모습을 찾아가는 쉼을 가진다면, 그동안 스트레스로 구겨졌던 우리의 삶이 더 단단하고, 그러면서도 은은한 향기를 갖게 될 것이다. 영어의 스트레스(stressed)를 반대로 하면 달콤하고 맛있는 디저트(desserts)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자칫 삶의 균형을 잃기 쉬운 우리 변호사들이 쉼을 통하여 내면 깊은 곳에 평화를 얻고 매일 부닥치게 될 일상을 잔잔하게 바라보면 좋겠다. 일년에 한 두번의 휴가를 통하여 한꺼번에 쉼을 얻기보다 매일 부닥치는 삶 속에서 호흡처럼 쉼을 누리는 지혜를 가지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 지나친 doing보다 영혼을 살리는 being의 축복을 누리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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