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장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중앙행심위’)는 70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하게 돼 있습니다. 현재 공무원 위원 4명과 민간 위원 61명이 있고, 민간 위원은 교수, 의사, 변호사, 노무사 등으로 구성됩니다.

행정기관의 위법한 처분에 대해, 행정심판을 제기할 경우 행정소송보다 유리한 점이 있나요?

행정소송은 행정처분의 위법성만을 심리범위로 하고 있지만, 행정심판은 처분의 위법성은 물론 부당성까지 심리범위로 하기 때문에 행정소송보다 권리구제의 폭이 훨씬 넓습니다.

다음으로 권리구제의 실현기간이 훨씬 짧습니다. 3심제인 행정소송은 소송기간이 심급을 거치면서 몇년까지 걸릴 수 있지만 행정심판은 국민이 승소할 경우 단심으로 확정되고, 평균심리기간이 불과 70여일 정도입니다.

끝으로 행정심판은 무료로 인지대나 송달료 같은 소송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중앙행심위에서 청구인의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청구인이 법원에 다시 구제를 신청하는 경우는 어느 정도이고, 그러한 경우 법원에서 실제로 청구인의 청구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는가요?

매년 통계자료를 보면, 행정심판에서 100건을 기각하면 그 중 6~7% 정도 불복하여 행정법원으로 가는데, 법원에서 행정심판과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것은 2~3%에 불과했습니다. 즉 행정심판에서 1000건이 기각되면 법원에서는 약 2건 정도만 결론이 뒤바뀌게 되는 셈입니다. 법원에서 결론이 바뀐 사건들은 법률해석의 차이로 인한 경우는 없었고 모두 법원의 사실인정이 행정심판과 달랐던 경우인데, 이는 행정심판이 서면심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사실관계 파악이 부진한데 그 원인이 있는 듯합니다.

행정심판 결과도 관계 행정기관을 기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담보하는 장치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직접처분제도와 간접강제제도가 있습니다. 예컨대 건축허가신청을 했으나, 관계행정청에서 허가처분을 거부하여 국민이 행정심판을 제기하여 승소하였는데도 관계행정청이 허가처분을 하지 않을 경우, 중앙행심위가 위원회 명의로 허가처분을 하는 것을 직접처분제도라 합니다.

간접강제제도는 행정청이 중앙행심위 재결에 따르지 않을 경우 행정청이 신청인(국민)에게 재결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하루에 일정액을 계속 지급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앙행심위에서 정보공개를 하라는 재결을 했는데도 관계행정청이 거부할 경우 중앙행심위는 당해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정보를 공개할 수 없습니다.

행정심판 업무를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건입니다. 양양군에서 설악산 오색 약수터부터 대청봉 인근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약 25년 전부터 추진한 숙원사업이었는데, 환경부와 환경단체의 반대로 좌절됐습니다. 노선과 건설방법 등의 수차례 수정을 거쳐 최근 환경에 가장 적게 영향을 미치는 노선과 방법을 마련해 승인신청을 했는데, 환경부에서는 승인한 반면 문화재청에서는 승인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양양군이 중앙행심위에 문화재청의 현상변경허가거부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신청한 사건이었습니다.

중앙행심위에서는 현장조사와 심도 있는 검토를 거쳐 문화재청의 거부처분에는 절차상, 내용상 부당한 측면이 많다는 이유로 그 거부처분을 취소한다는 재결을 내렸는데, 최선을 다해 중립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했음에도 전 문화재위원들과 환경단체 등에서 행정심판제도와 이 사건 재결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재결 결과를 비판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국민이 행정심판을 순조롭게 진행하도록 도와줄 제도는 없나요.

국회에서 국선대리인 제도에 관한 법률이 발의된 것으로 압니다. 올해 초 국선대리제도를 시범 운영해 보았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법안을 마련하고 예산을 확충해 도입되기를 기대해봅니다.

행정심판 모든 절차를 온라인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데요.

온라인행정심판 사이트(center.simpan.go.kr)에 접속하시면 그동안 내려진 재결례 3만여건이 게재되어 있고, 유형별 작성례 2000여건이 있어서 이를 참고하여 자기 사건에 맞게 작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건 진행상황과 결과예측까지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행정심판법이 개정돼 위원 수가 증원되고, 조정제도 도입도 추진 중이신 것으로 압니다. 그 내용과 필요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중앙행심위의 사건 종류가 다양해 진 만큼 이에 걸맞게 중앙행심위의 기존 50명의 위원을 70명으로 증원해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습니다.

재판은 개인 간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 속에서 제3자인 법관이 엄격한 절차를 거쳐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는 제도인데, 행정 관련 쟁송은 국민이 행정청을 상대로 하는 분쟁으로, 재판에서 상정하는 대립구도와는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즉, 정부부처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관계 대립이라고 하기 어렵고, 따라서 정부부처와 국민 간 다툼을 엄격한 사법절차로만 해결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특히 중앙행심위가 맡고 있는 행정심판은 부당성, 즉 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법령의 획일적 적용이 특정인에게는 가혹하거나 구체적인 타당성을 결여하게 될 때를 권리구제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행정관련 분쟁의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안은 조정을 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로스쿨생들을 대상으로 ‘모의행정심판 경연대회’를 개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신데, 이를 소개해 주십시오.

올해 두 번째 모의행정심판대회를 치렀는데, 작년에는 18개 로스쿨에서 27개팀, 올해는 15개 로스쿨에서 20개팀이 참여했습니다. 대회를 통해 행정심판을 홍보하고, 예비법조인들에게는 실무를 접하면서 경험을 축적하는 기회가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행정심판이 행정소송보다 이용의 편의성과 효율성이 훨씬 높은 것 같은데, 행정소송보다 이용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홍보가 부족한 탓입니다. 종전에는 행정 각 부처별로 행정심판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어서 그 부처에서 행한 처분을 그곳에서 심사하였기 때문에 독립성이나 실효성에 의문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각 부처의 행정심판기능을 각 부처로부터 독립된 중앙행심위로 일원화함으로써 독립성과 전문성을 공고히 할 수 있었고, 행정심판의 인용률도 17% 정도입니다.

 

주요 약력

▶사법시험 제28회, 연수원 18기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심위 위원장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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