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새로운 민주 정부가 출범한 역사적인 해이기도 하지만 울산으로서는 광역시 승격 2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기도 하다.

우리 국토의 동남단 끝에 위치한 도시인 울산에는 조선, 중공업, 화학공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생산기지가 대부분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동안 울산은 국가 산업발전의 명실상부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여 왔고, 울산 시민 모두는 우리 울산이 최전선에서 국가 산업발전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잊지 않고 살아왔다.

그리고 인구 수나 법원에 제기되는 소송 건수만을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다른 광역시에 비추어 절대적으로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울산의 지리적, 사회경제적 특성상 타지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많아 인구 구성이 다양하여 분쟁의 형태도 다양하고, 산업시설이 밀집한 환경적 특성상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산재나 노동문제 등 다른 광역시와는 단순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하고 차별적인 법적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에 울산의 특수성이 있다.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울산의 특성을 반영하여 근로복지공단 본사가 2014년 3월 25일 서울에서 울산으로 이전되기도 한 사실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된지 만 20년이 되었음에도 고등법원은 아니더라도 원외재판부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서 이 자리를 빌려 한번 심각하게 짚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도시의 성장과 인구 규모 및 도시의 특수성에 맞는 사법인프라를 적시에 갖추어주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그럼에도 꼭 울어야만 젖을 줄 것인가. 울지 않더라도 때가 되면 젖을 주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2012년 울산 시민들이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및 가정법원 울산유치를 위한 범시민운동을 벌여 가정법원은 2018년 3월 개원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울산 시민들과 양산 시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공정하고 신속하고 편리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와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울산지방법원으로 하여금 울산광역시와 양산시를 모두 관할로 하도록 하고 있으면서도 울산 시민과 양산 시민이 제기한 소송 중 고등법원에서 담당해야 할 항소심 사건에 대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위험성을 무릅쓰고 부산고등법원까지 재판을 받으러 가도록 하는 불편을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부산고등법원 재판 시간을 맞추기 위해 허겁지겁 서둘러 길을 떠나 고속도로에서 마음을 졸이고, 겨우 시간을 맞춰 재판을 받으러 가보면 이미 부산고등법원 주차장은 만석이 되어 있어 주차난에 시달리는 등 시간과 경비, 정신적, 육체적 수고로움이 상당하다. 재판하기 전부터 녹초가 되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이다.

단지 이뿐만이 아니다. 실제 울산지방법원 관할 1심 사건의 계쟁물이나 현장, 증인들이 울산이나 양산에 있어 부산고등법원에서 진행되는 항소심 사건에서 현장검증을 신청해야 할 경우, 예를 들어 산업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울산이나 양산의 환경적 특성상 산재사고의 경우 비록 1심에서 현장검증을 하였더라도 항소심에서 한번 더 공장 내 사고현장 검증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럴 경우 부산고등법원이 울산이나 양산까지의 현장검증 나갈 때 소요되는 시간과 수고로움 때문에 현장검증 신청을 채택하지 못하는 경우는 결코 없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증인신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증인신문을 신청하여 채택되더라도 증인 역시 불편함을 감수하며 부산까지 출석하는 것을 꺼려하는 등 실제 재판과정에서 울산 시민들과 양산 시민들이 겪어 온 불이익이 작지 않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광역시로 승격된 지 한, 두해라고 한다면 그래도 도시의 모습이 갖춰지는 과정이려니 하면서 어느 정도는 불편을 감수할 수도 있겠지만 20년이나 흐른 지금이다.

강산이 두번이나 변할 정도인 그 오랜 세월동안 고등법원 원외재판부나마 개원하지 못하고 울산과 양산 시민들이 부산까지 가서 항소심 재판을 지금껏 받아야만 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속시원히 그 이유를 듣고 싶은 것이다. 울산광역시에 울산과 양산시까지를 관할로 두고 있는 가정법원까지 개원하고 근로복지공단 본사도 이전해 오는데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개원되지 못할 이유가 도대체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고등법원을 개설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원외재판부를 울산에 개원해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요청에 대해 혹시라도 원외재판부 유치문제를 울산에서 활약하는 변호사들의 밥그릇 문제에 불과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 즉 원외재판부가 생기게 된다면 울산에 소재하는 변호사들의 수임 사건이 늘 것을 예상하고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경험상 원외 재판부가 생긴다면 울산에 개업하는 변호사들의 수가 더 늘어날 수는 있어도 변호사들의 사건 수가 급격히 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원외재판부가 생기고 변호사가 더 늘게 된다면 공정하고 신속하고 편리한 재판을 받을 울산 시민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도리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울산지방변호사회에서는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유치를 위해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어 발벗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역의 현안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힘을 실어주시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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