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저서 ‘혼창통: 당신은 이 셋을 가졌는가’ ‘현대카드 이야기’로 유명한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가 지난 18일 대한변협회관 중회의실에서 ‘혼창통: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존법’을 주제로 제48회 변협포럼 연단에 섰다.

돈이 없어서 사업을 못 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난 20년 간 전세계 자본량은 3배로 증가했다. 자본이 더 이상 희소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정말 희소한 자원은 시간(Time), 인재(Talent), 열정(Energy)이다. 한정된 시간 안에 인재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하느냐. 경영은 이 세 가지를 잘 다뤄야 하며, 이를 통해 완벽에 가까운 탁월함(Arete)을 추구한다.”

이지훈 교수는 조직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예로 관료주의를 들었다. 쓸데없이 많은 회의, 결재시스템이 한정된 시간을 낭비한다고 했다.

인재를 찾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획기적인 일에 매달릴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인재를 위해서 소명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소명의식을 느끼는 직원이 회사에 불만족하는 직원보다생산성이 높을 가능성때문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비범함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매우 작은 세부 사항에 집요하게 집중해야 한다(To create something exceptional, your mindset must be relentlessly focused on the smallest detail)”고 말했다. 이지훈 교수는 이런 과정 없이 탁월성(Arete)을 구현할 수 없으며, 구현된 사례를 본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강박적으로 세부사항에 집착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픽사(PIXAR)가 있다. 픽사는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조직으로 불리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유연근무제 △주 2~3회 파티 △누구나 감독이 될 수 있는 기회 △오픈 커뮤니케이션 △가족같은 문화라는 동화 속 왕국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매달 1회 회사 CEO가 회사 주요 정책에 관해 직원에게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으며, 크리에이터 4명당 비서 1명을 배정해주는 등 직원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지훈 교수는 픽사에 인터뷰를 갔을 때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인터뷰이가 서핑복을 입고 와서 왜 서핑복을 입고 왔는지 물어봤더니, 인터뷰이는 그날 파도가 좋아서 인터뷰 후 바로 파도를 타러 간다고 답했다. 그만큼 자유로운 분위기다.

또 픽사에는 사내정치가 없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엔딩 크레딧을 보면 감독이었던 사람이 다른 애니메이션에서는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일하는 경우도 많다. 이지훈 교수는 이를 어떤 조직에서도 볼 수 없는 문화라고 표현했다.

“픽사에서 일했던 박석원 성균관대 교수는 픽사가 ‘완벽주의가 너무 심해 때로는 이 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해도 수정이 계속됐다’고 한다. 이렇게 세부 사항에 집중하면서도 직원이 번아웃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반면 자유 속에서 질서를 지키기 위해 △캐스팅제도 △잔인할 정도의 솔직함 △데드라인을 2번 어길 시 해고 등 무서운 제도도 존재한다. 픽사에서는 보통 동시에 영화 3~4개를 제작하는데 캐스팅제도를 통해 같이 일할 사람으로 뽑히지 않으면 몇 개월 간 하는 일이 없이 지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직접 해고를 하지 않아도 본인 발로 회사를 나가게 된다고 한다.

이같은 질서는 변호사 출신 CFO 로렌스 레비가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업에는 ‘자유’와 ‘질서’가 모두 필요한데 당시 픽사에는 아이디어는 넘쳐났지만 ‘질서’는 부족해 1994년 말 스티브잡스가 로렌스 레비에게 함께 해줄 것을 직접 요청했다.

현재 픽사는 자유로움 속에서 완벽함을 추구한다. 매일 오전 그룹별 리뷰회의를 해서 서로 날카로운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수백번, 수천번 수정작업을 한다.

‘토이스토리 2’ 개봉 9개월을 앞두고 애니메이션을 처음부터 다시 만든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를 제작할 때는 쥐가 실제로 하수구에서 바다로 빠져나갈 수 있는지 실험까지 해봤다고 한다.

“핵심은 자유와 질서, 배고픈 짐승과 못난이 아기, 이런 상반된 용어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다.”

이지훈 교수는 어떤 위대한 조직도 현대사회에서 급격한 시장 변화에 맞춰가기 위해서는 자유와 질서, 배고픈 짐승과 못난이 아기, 변화와 질서 등 다양하게 표현되는 두 가지 상반된 가치를 조화롭게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픽사 창립멤버이자 CEO인 에드 캣멀(Ed Catmull)은 “수익에 대한 압박과 효율성을 요구하는 ‘배고픈 짐승’은 귀중한 동기부여자로서 적절히 통제해야만 기업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다만 짐승이 비대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회장인 빌 메리어트도 “핵심은 질서와 변화”라면서 “조직 내 질서가 잡혀 있으면 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리어트는 사람 중심 문화로 유명한데, 이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를 보완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 역시 보유하고 있다.

이지훈 교수는 이처럼 자유롭지만 치열하게 일할 수 있고, 일하고 싶어지는 직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한 ‘아니면’이 아니라 ‘그리고’를 택하라.”

이지훈 교수는 △이윤 추구를 초월한 목적과 실질적 이윤 추구 △격심한 변화와 변동과 변함 없는 기업의 핵심 이념 △우뇌와 좌뇌 △디오니소스와 아폴로와 같이 서로 다른 개념이 양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급격하게 기술이 진보되는 현실 속에 적응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①탁월함을 얻기 위해 집요할 정도로 디테일에 매달리고 있는지 ②시간, 재능, 에너지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③자유와 질서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를 항상 자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연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비가 오는 와중에도 열의를 가지고 참여한 많은 변호사가 앞다퉈 질문을 했다.

제49회 변협포럼에서는 손금주 국회의원이 내달 21일 오후 7시 대한변협회관에서 강연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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