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의 전문분야 구분표를 보면 형사법 전문은 형식적으로는 하나이고 확장해석해 보아도 불과 수개 이내인 반면, 민사법은 다수의 특화분야로 세분화되어 있다. 형사분야도 민사법과 같이 세분화해 본다면, 수사변호, 신병, 형사재판으로 나눌 수 있거나 사기전문, 성범죄전문, 아동학대전문, 상해전문 등으로 나눌 수 있으므로 실상 형사분야는 매우 넓은 영역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통상의 공판과정에서의 일반적 변론을 넘어선 폭넓은 역할이 형사변호인에게 요구되는 점에서 가벼운 자세로 임할 것이 아니다.

수사는 실체진실을 밝히고 범인을 발견·확보한다는 점에서 인권침해를 지향하거나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된다. 수사개시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 양심, 재산의 자유가 침해되거나 제한받게 되며, 그러한 점을 고려하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탄핵주의, 무죄추정, 검사의 입증책임, 불구속재판, 강제수사법정주의, 필수적 영장실질심사, 체포·구속적부심과 필요적 보석, 자백배제 및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전문증거의 원칙적 불허 및 엄격한 인정, 증거조사방법의 법정화, 진술거부권, 각종 의견개진권과 증거신청권, 이의신청권, 상소권, 상소권회복청구와 재심청구권이 그러한 예이다.

그러나 이상의 수많은 방어권을 일반국민이 직접 정확하게 행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점에서 변호인 제도의 존재의의가 있다. 변호사의 열정적 변론 과정에서 위 법제도들은 칼과 방패가 되어 거대한 국가기관과 수많은 증거를 마주한 피의자·피고인을 보호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피의자에게 가장 중요한 제도, 즉 왕도는 변호인의 조력인 것이다.

수사과정에서 진실발견의 저해요소 또는 변호인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로 범인식별절차 실패이다.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 이외 범행현장과 범행도구, 피의자의 알리바이와 동선에 대한 과학적 수사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너무나 손쉽게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을 믿는 반면 과학수사와 피의자의 알리바이는 외면하는 경향이 있어왔다. 둘째로 과학수사의 미발달과 객관의무 위반이다. 전자와 관련하여 현재는 통신매체에 대한 압수·수색과 복원 등 포렌식(Forensic) 능력이 발달하였는데, 피의자의 이익 되는 점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외면받는 점에서 후자의 객관의무는 부족하다. 객관의무 부족은 인권옹호정신의 결핍이고, 보통은 자백강요라는 편한 수사방법으로 이어진다. 셋째로 방어권 부족의 문제이다. 구속된 후 또는 기소된 후 변호사 선임을 고려하는 시민이 많은데, 이는 수사단계 변호를 등한시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이다. 임진왜란의 승패는 이미 부산에서 결판났다.

형사변호인이 수사단계 변호에서 가장 중점을 둘 것은 무엇인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자신의 고객인 피의자가 구속되어서는 아니 된다. 구속수사는 많은 점에서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제약한다. 방어의 속도에서도 지장을 받게 되며, 무기평등을 이룰 수 없다. 피의자를 위한 인적, 물적 자료는 모두 피의자가 잘 아는 곳에 보관되어 있고, 피의자의 구속은 유죄를 추정하므로 더 이상 조력할 참고인도 없어진다. 초기 승세가 장래 공판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점을 잘 아는 수사기관은 그래서 구속을 골인으로 간주하며 자신의 수사를 평가받는 잣대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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