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나경원 국회의원, ‘법무담당관제도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개최
“제도 도입 앞서 공감대 형성해야 … 국민뿐 아니라 해당 부처에도 이득”

법조계·정계학계 모두 법무담당관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법무담당관제도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나경원 국회의원과 공동 개최했다. 법무담당관제도 도입은 김현 협회장 역점사업으로, 나경원 국회의원이 지난달 이를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김현 변협 협회장은 “행정기관 정책 입안 및 시행과정 등에 얽혀 있는 여러 복잡한 법적 문제에 대한 사전 검토를 거쳐야 정책상 시행착오를 줄이고 분쟁을 사전예방할 수 있다”면서 “법무담당관제도를 활성화함으로써 법치행정을 실현해야 한다”고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나경원 국회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기초로 법무담당관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제도 도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도 축사에서 “행정작용이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를 받는 것은 국민인데, 사후 구제수단인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면서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경청하고 도출된 방안을 법제화하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서울특별시 법무담당관으로 재직했던 발제자 정석윤 변호사는 “행정업무가 법률 해석과 적용, 집행작용이라고 할 때, 법무에 관한 직제와 법률전문가가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라면서 “법률전문가가 정부기관 정책 입안·집행 과정에 직접 관여하고, 행정부 법률안 기타 규정 제·개정, 해석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협 조사 결과, 중앙행정기관 44곳과 지방자치단체 245곳 중 법무담당관 직제가 없는 기관은 41곳이다. 변호사를 법무담당관으로 두고 있는 기관은 40곳에 불과했으며, 변호사가 아예 없는 기관은 117곳에 달했다.

부처 내에 변호사가 있더라도 정책 입안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법률적인 관리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윤여진 행정자치부 법무담당관실 사무관은 “부처 내 변호사 자격을 가진 공무원이 법무담당관실에 집중 배치돼있지 않고 개별 부서에서 고유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법무담당관실에서 통합적인 법률서비스 지원이 곤란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석윤 변호사도 “법무담당관 주요 업무가 법령안 심사, 규제개혁 업무 등 소극적·의례적 업무에 국한돼 있다”고 비판했다.

나지원 공정거래위원회 고객지원담당관은 “정부가 세금과 과징금, 벌금 등을 잘못 부과했다가 기업과 개인이 제기한 소송에서 져서 되돌려줘야 할 돈이 최소 2조원이 넘는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면서 “소송·입안 단계에서부터 법률적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문제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신뢰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 회계연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소송 당한 사건 중 패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 마련해 놓은 금액은 2조31억원에 달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참석자 모두 제도 도입에 앞서 국민에게 공감을 얻기 위한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취지가 합리적이라고 잘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법무담당관제도가 여태껏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던 이유를 충분히 검토하고 좋은 사례를 모아 정부와 국민이 제도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석윤 변호사도 서울특별시 법무 조직 확대 사례를 들며 “법무 재확립과 기능 확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특별시는 2015년 법무담당관 1개 직위, 1개 조직에서 ‘법률지원담당관’을 추가해 2개 직위, 2개 조직으로 확대개편했다. 지하철 9호선 사업 등에서 법률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주요정책과 대규모 사업에 대한 선제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전 법률자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무담당관 직제와 직급을 상향설치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다만 제도 도입 방법이나 직위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관련 법률 또는 대통령령을 개정해 차관보급 고위 직위를 신설하는 방안부터 과장급으로 채용하는 방안, 현행 직급을 활용하는 방안, 전문직 공무원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 등 의견이 나왔다.

미국 연방정부는 연방법률에서 법무담당관을 필수 직책으로 규정해 변호사 중에서 보임하고 있다. 대부분 정무직으로, 차관 또는 차관보급 직위를 가지고 각종법률안 등을 입안 단계에서 검토하거나 그 적용단계에서 법적인 해석에 관해 자문하는 등 역할을 한다.

영국에서는 정무직으로서 법무총재(Attorney General)를 두고, 그 하위에 정부에서의 모든 법무를 관장하는 송무청(Treasury Solicitor's Department)을 두고 있다. 송무청은 소송을 담당하는 소송부, 자문을 담당하는 자문부 등으로 나뉜다.

또한 제도를 도입할 경우 행정부처와 갈등이 예상되는바, 기존 조직과 융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주를 이뤘다. 김용섭 전북대 법전원 교수는 “기존 행정조직 직제와 조화 속에서 법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법률전문가를 공공부문에 진출하는 시스템을 만들 때 행정부처 저항 없이 순항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윤여진 행자부 사무관은 “제도 활성화가 장기적으로는 해당 부처에 더 큰 이득이 되고 국민에 대한 행정서비스 강화로 이어져 결국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정석윤 변호사는 과장급인 현행 직급을 활용하는 방안과 법무수행인원을 기존 정원 중 일부가 아니라 정원을 추가로 늘려서 뽑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신재홍 법무부 법무과 검사는 “법률 지식과 실무경험을 보유한 우수한 변호사에게 법무담당관 업무를 수행토록 할 수 있는 여건이 과거보다 신장됐지만 법무담당관을 변호사로 한정해야 하는지 여부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므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행정조직 신설 및 이에 따른 예산 반영, 법무담당관 직무 확대 범위 등에 대해서도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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