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지도받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사회변화에 대응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미국 로스쿨에서 공부하던 시절 TV에서 보았던 광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 광고는 세계적인 택배회사의 TV광고로, 말을 탄 쿠리어(courier)가 존 웨인(John Wayne)의 서부영화에서 볼 수 있는 메사(mesa)를 배경으로 비바람 속에서 달려온다. 그의 손에는 전보용지가 들려있다. 장면이 바뀌면서 두 가닥의 전선줄이 걸려 있는 전신주가 보이고, 그 아래쪽으로 화면이 옮겨간다. 그 쿠리어가 전봇대에 등을 기대고, 머리에는 모자를 눌러 쓴 채 ‘직업(job)’이란 글씨가 새겨진 네모난 판지를 목에 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광고는 세상이 변하는 것, 즉 말을 타고 서부를 질주하면서 소식을 전하는 쿠리어를 두 가닥의 전선을 통한 통신혁명이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되었던 것처럼 이제 새로운 (운송)혁명이 시작되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로스쿨도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법학교육방식이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는 크게 고비용과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로스쿨은 전문직업교육기관으로 경영대학원이나 의학대학원과 같이 매우 비싼 학비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도입될 때도 고비용의 구조로 설계되었지만, 로스쿨 제도 자체가 본질적으로 비싼 제도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정부가 대학에 과도한 학생 대 교수 비율, 전연 사용될 것 같지 않은 교육시설 등까지 로스쿨 선발평가에 반영하여 대학에 무리한 재정적 부담을 지운 결과이다. 그 부담이 학생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여 사법시험제도가 저비용 또는 부담이 없는 제도라 할 수는 없다. 사법연수원의 교육비용을 국민에게 전가시킨 결과로 사법시험 합격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을 뿐이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로스쿨 입시는 공정성 문제를 야기하였지만, 이는 로스쿨 입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량적 점수만으로 평가하는 옛날 학력고사 제도가 현재의 다양한 대학입시제도 보다 훨씬 저비용의 공정한 제도일 수 있다. 로스쿨도 정량평가에 의해서 선발한다면 입시에서 공정성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정량평가만으로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학생을 선발하지 못할 수 있다. 한편 사법시험은 항상 공정하였다고 할 수 있는가? 경제적 능력이 합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특정지역의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하여 사법시험 존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더 불공정한 것이 아닐까?

이제 사법시험제도는 이를 존속시키는 입법 없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사법시험제도의 긍정적인 측면을 로스쿨에서도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로스쿨은 그 입학정원이 사법시험 합격자 수에 비하여 많기 때문에 다수의 학생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다만, 로스쿨을 운영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은 고쳐야 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다양한 대학출신 선발하여 다양성을 확보하여 공정한 학생선발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컨대, 얼마나 다양한 대학 출신을 선발하였는지 등을 로스쿨 평가에 반영하는 것도 공정성을 담보하고, 여러 학생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방법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로스쿨을 새로운 패러다임에 부응하는 법률가 양성기관으로 안착시키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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