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변호사로 법률검토나 현업자문을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새록새록 생겨날 때쯤 찾아오는 난관이 있습니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똑똑한 실무자의 단계를 지나면, 현명한 관리자가 되어주기를 바라게 됩니다.

사내변호사에게 현명한 관리자의 역할이란 부서나 업무 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협의점이 도출되도록 가이드를 제공하는 일일 것입니다. 법령이나 판례, 행정해석 등을 리서치하고 현업실무를 섭렵하여 어느 한쪽의 방향성을 가지는(적법성에 수렴해가는) 결론을 찾아내는 것은 사내변호사 스스로의 열정과 노력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완전한 적법의 영역에서, 회사 내의 임직원 간 또는 부서·업무 간 발생하는 이해충돌이나 분쟁의 경우, 단순히 현업실무와 관련법령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나아가 매력 있는 화술을 겸비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중견 사내변호사에 대한 회사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쉽지 않습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사내변호사가 개입할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적법한 판결을 선고하는 것뿐 아니라, 원고와 피고 간에 이해관계를 조율하여 화해를 이끌어 내는 것 또한 노련한 재판장의 역할이듯, 필자는 오히려 이러한 영역이야말로 회사 업무에 대한 경륜과 지혜를 갖춘 중견 사내변호사가 가장 빛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됩니다.

현명한 분쟁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영방침, 중장기 경영전략 또는 중점추진 과제 등 경영진이 고민하는 회사의 목표나 방향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 부서의 사업계획, 간부회의 자료, 경영공지사항 등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며, 회사가 속한 산업분야의 전반적 동향이나 주요한 이슈사항에 대해서도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다른 사내변호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유사한 분쟁을 성공적으로 가이드 했던 경험을 간접 체험하고, 적시에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는 일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처럼, 분쟁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더라도 분쟁의 전체적인 골격은 대체로 유사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내리는 빗줄기가 가뭄에 갈라진 바닥을 메우고 어루만지듯, 사내 분쟁을 조율하는 단비 같은 사내변호사로 성장하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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