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발의돼 … 변협 여덟 번째 역점사업 이뤄졌다
준법지원인 제도 최초 도입 주장한 김현 협회장 “활성화 위해 과징금 대폭 감경해야”

김현 변협 협회장의 역점사업 추진 열정이 또 한번 빛났다. 준법지원인을 선임한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이 지난 21일 발의됐다. 준법지원인 제도는 김현 협회장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재임 시절 처음으로 도입을 주장했던 제도다.

김현 변협 협회장이 지난 2016년 발족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 모임(이하 ‘징손모’)’을 통해 꾸준히 외쳐온 “제조물책임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난 3월 실현된 이후, 변호사 위원 증원을 위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변호사시험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법무담당관제도 도입을 위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역점사업과 일치하는 내용의 법안이 속속 발의됐다. 지난 16일에는 변협이 추천한 대법관 후보였던 조재연 변호사가 대법관으로 제청되기도 했다. 취임 100일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준법지원인 제도 활성화를 위한 법안 발의까지 벌써 역점사업 8개가 이뤄졌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 21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공정거래법’)’을 대표발의했다.

권성동 의원은 “최근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기업들의 준법·윤리경영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준법지원인 제도 실효성 확보가 절실한 실정”이라고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법안 발의 직후 “준법지원인 선임 시 과징금을 감경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준법지원인 제도에 참여해 불법 경영과 정경유착 등 문제점을 뿌리뽑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변협은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준법지원인 제도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면서 “공정거래법 시행령으로 과징금 감경기준을 정할 때는 준법지원인 선임 기업에 대한 과징금을대폭으로 감경해 실질적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준법지원인 제도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준법지원인 선임 대상기업이 과징금 경감이라는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준법지원인 선임에 앞장서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014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설문조사 결과, 준법지원인 선임 대상기업이 준법지원인을 선임하지 않는 이유로는 ‘인센티브가 없어서’ ‘보수 등 비용 과다’ ‘실효성이 없을 것 같아서’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준법지원인 제도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준법지원인 제도의 모체로 불리는 법령준수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이 기업경영 원칙으로 자리 잡았고, 준법지원인은 이미 일반화된 직업이다. 그에 대한 보상과 제재 체제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기업이 준법경영을 위한 법령준수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구축·운영하면 형사책임을 95%까지 감면해주는 등 경영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가 도입돼 있다.

이재동 준법지원인특별위원회 위원장(변협 부협회장)은 “병이 생겼을 때 치료하는 것보다는 발병하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는 예방의학이 있듯, 적은 비용으로 추후에 있을 수 있는 큰 위험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좋은 제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법지원인 제도, 도입부터 활성화까지

김현 변협 협회장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재임 시절 준법지원인 제도 도입을 시도했다. 김현 협회장은 “기업 내에서 법률전문가의 법적 검토가 상시화되고 위법행위 및 분쟁 발생을 사전에 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상장회사에 준법지원인을 최소 1인 이상 두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와 관련해 김현 협회장은 당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으로서 ‘준법지원인제도 도입 및 활성화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제도 도입을 앞두고 ‘준법지원인 연수원’을 개소하기도 했다. 또 법무부 산하 준법지원인제도 자문단에서는 변호계 목소리를 대변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 2011년 개정상법이 국회를 통과해 준법지원인 제도가 2012년 4월부터 시행됐다. 국회 표결 결과 재석의원 216명 모두가 찬성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준법지원인 선임 대상기업 범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명했다. 입법예고 시에는 자산총액 3000억원 이상인 상장회사가 준법지원인 선임 대상기업이었으나, 기업 부담을 고려해 시행 초기에는 자산총액 1조원 이상 기업만 대상으로 했다. 2014년부터는 5000억원 이상 상장기업으로 그 범위가 다소 늘어났다.

입법 당시 대상기업 범위에 대한 논의는 재계와 변호사계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변호사계는 ‘1000억원 이상 기업’으로 대상기업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재계는 ‘2조원 이상 기업’으로 해야 한다고 맞섰다.

당시 김현 협회장은 “1000억원 이상 기업에 준법지원인 고용은 큰 부담이 아니며, 대상기업 축소는 준법지원인으로 경영을 투명하게 하자는 국민 염원에 반하는 결정”이라면서 “준법문화 정착이 목표였는데 선임 대상기업이 한정됨으로써 이런 취지가 무색해질까봐 우려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변호사계도 준법지원인 선임 대상기업 확대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변협이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전국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변호사 91.25%가 현행보다 대상기업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모든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그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53.28%로 가장 많았다.

제도가 도입된지 5년이 흘렀지만 준법지원인 선임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제도 도입 2년 후인 2014년 준법지원인 선임 대상기업인 21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상기업 중 50.5%가 준법지원인을 두고 있지 않았다. 또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대상기업 311개사 중 약 40%인 127개사가 준법지원인을 선임하지 않았다.

김현 협회장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변협 협회장 선거 때부터 준법지원인 도입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미도입 기업에는 제재 방안을 마련하고, 준법지원인 선임 대상기업을 모든 상장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공약을 지키기 위해 김현 협회장은 준법지원인 제도 활성화를 제49대 집행부 역점사업으로 정하고, 지난달 25일 민병두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준법지원인 제도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4월 준법지원인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준법지원인 제도 내실화 및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