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 변호사

7년 전 배스킨라빈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기사로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도 스타벅스를 상대로 364일분의 음료상당액 청구의 소에서 승소하시고, 스타벅스가 소를 제기하지 않은 이벤트 당첨자 99명에게도 보상을 하겠다고 하여 인터넷상에서 ‘대기업 스나이퍼’ 또는 ‘최다르크’라고 불리시는데 기분이 어떠하신가요.

과분한 별명인 것 같아요. 제가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사실 누가 하였어도 이겼을 소송인데, 인터넷이나 언론에서 변호사로 당연히 할 일을 과하게 칭찬해 주셔서 조금 부담스럽기는 합니다. 저도 스타벅스의 커피를 좋아하고 시즌별로 스티커를 모아 다이어리를 수집하는 등 스타벅스를 애용하는 사람이었기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소송에 임하게 되었던 것 뿐입니다.

배스킨라빈스는 당사자 소송이셨고, 그 이후에도 KT, 스타벅스 등 유명한 대기업에 저항하는 상징성 있는 사건을 맡으셨는데, 당사자들이 변호사님을 어떻게 찾아온 것인가요.

저는 녹색소비자연대에서 변호사로서 첫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알게 되었던 직원 분이 정보통신 쪽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셨어요. 당시 제가 KT의 016 2G폰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 분이 저에게 정부의 ‘이동전화번호 010 강제통합정책’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내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셔서 천여명의 사람들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습니다.

헌법소원청구인단 대부분이 2G폰을 사용하셨는데 헌법소원을 진행하던 중에 방송통신위원회가 KT의 2G 서비스 폐지 신청에 대하여 승인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헌법소원을 함께 제기한 분들과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2G 서비스 폐지 신청 승인처분이 위법하다는 취소의 소를 제기하게 되었어요. KT는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했고요. 결국은 소비자 단체에서 일했던 인연이 이어지게 되어 사건을 맡게 된 것이죠.

스타벅스 사건의 경우에는 사건 당사자분이 당첨된 이후 인터넷 게시판에 스타벅스를 성토하는 글을 썼는데 누군가가 댓글에서 저의 배스킨라빈스 사건을 기억하고 찾아가 보라고 했다더군요. 그래서 그분이 저를 찾아온건데, 제 연락처를 알아내는데 고생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변호사로서 첫 직장이 녹색소비자연대였다면 예전부터 소비자 문제에 대하여 관심이 많으셨던건가요.

재미있을 것 같아서 평소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법시험을 공부하면서 선택과목으로 경제법을 선택했었거든요. 그 내용 중에 공정거래법의 불공정 행위라던지, 소비자 피해 사례 등을 공부하면서 흥미를 느꼈는데 녹색소비자연대에서 일하면서 제가 잘 몰랐던 부분들까지 좀 더 깊게 알게 되어 계속해서 흥미를 유지하게 된거죠.

그 외에도 소비자 관련 이슈에 대해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녹색소비자연대를 퇴사한 이후에도 경제정의실천연합회(이하 ‘경실련’)에서 소비자에 관한 경제 정책 등에 관한 회의 등에 참여하며 활동을 계속해왔어요. 기억에 남는 일은 애플사의 불공정 약관에 대한 시정을 촉구하는 일이었습니다. 또, 2011년경 경실련 내부에 ‘소비자정의센터’가 정식으로 출범하였는데 뜻을 함께하던 몇몇 변호사님와 참여하여 활동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소비자원의 소송지원변호인단으로도 활동을 했었고요. 녹색소비자연대에 근무한 기간은 짧았지만 그때의 인연이 계속해서 이어져 와서 관련되는 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업 측에서는 판결로 소송이 종료가 되고 기사화 될 것이 두려워 조정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시도가 있었을 것 같은데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 에피소드는 없나요.

스타벅스 사건의 경우 당시 스타벅스 측은 변호사가 아닌 회사직원이 소송수행자로 나와서 소송을 진행했어요. 판사님께서 첫 기일에 제세공과금을 공제한 액수로 조정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셨어요. 그런데 스타벅스 측 소송수행자가 회사입장에서는 그 금액도 부담된다고 일언지하에 거절을 하더라구요. 두 번째 기일에도 판사님이 조정을 권유하셨는데 재차 거부를 하였어요. 스타벅스 정도의 회사라면 애초에 소송까지 가기 전에 막거나 소송에 갔다면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해서 빨리 마무리 지으려고 하였을텐데 제 입장에서는 많이 의아했었어요.

배스킨라빈스 사건은 소송 진행 중에 기자님이 사건을 알게 되어 취재를 했었어요. 그러자 회사 측에서 변호사를 통해 돈을 다 지급할테니 취하를 하라고 연락하더군요. 저의 요구는 명확했어요. 돈을 떠나서 홈페이지 등에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사과를 하는 것. 저는 제가 블랙컨슈머 취급을 받았던 것에 대하여 화가 많이 나 있어서 꼭 사과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회사 측에서는 사과를 위한 노력을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요. 기자님이 취재를 하기는 하였지만 재판 중이어서 회사명을 공개하지 않아 회사 측에서 안일하게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판사님이 조정을 위해 몇주의 시간을 주었음에도 제대로 된 사과의 노력은 없었고, 결국 판결이 나고 강제집행을 하고 언론에 보도가 된 이후에서야 비로소 사과를 받을 수 있었어요.

기사에 따르면 KT사건으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도 일종의 ‘저항’으로 ‘016’ 2G폰을 쓴다고 하던데 불편하지 않은가요.

사실 저항이라기보다 굳이 전화번호를 바꾸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리고 명함이나, 연락처, 각종 개인정보가 필요한 곳에 변경을 해야 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요.

저는 사법시험을 공부하는 동안 휴대폰 없이 생활을 했거든요. 제가 지금 사용하는 016 번호는 제가 사법시험을 합격한 다음날 바로 엄마랑 대리점에 함께 방문해서 개통한 번호라 저에게 의미가 깊어요. 그리고 스마트 폰을 한대 더 쓰고 있어서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대기업 사냥 전문 변호사’ 라는 타이틀을 가지셨지만 스타벅스 사건의 수임료는 단돈 55만원으로 거의 공익소송에 가까운 소송으로 보입니다. 변호사님이 주력으로 하시는 분야는 어떤 것인가요.

저는 녹색소비자연대를 퇴사한 이후 검찰 출신 변호사님께 고용되어 주로 형사사건을 다루었어요.

개업한 이후에 국선사건을 많이 맡게 되었는데 2013년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우수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1심 국선사건 의뢰인들이 항소심을 맡겨주시거나 국선사건 의뢰인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를 많이 해 주셔서 주로 형사 사건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논스톱국선변호인에 선정되어 일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대한변호사협회 집행부가 이제 막 새로 출범하였습니다. 소속 회원으로서 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이제 변호사들도 일반 국민들과 다를 바 없이 일자리 문제에 봉착한 것 같아요. 생존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거죠. 변호사는 전문직이어서 기간제법의 적용을 받고 있지 못하는데,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아 더 열악한 지위에 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법무법인의 구성원 변호사들이 법인의 책임에 연대책임을 지는 등 과중한 책임을 지게 되는 부분도 개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우리는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돕는 일을 하는데 정작 변호사들을 도와주고 보호해 주는 장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변협이 그런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요 약력

▶사법시험 제44회, 사법연수원 제34기

▶법무법인 메리트 변호사

▶전, 녹색소비자연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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