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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기자실]분노의 방청객
양은경 조선일보 기자·변호사  |  k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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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6호] 승인 2017.04.24  11: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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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부회장 뇌물공여 재판이 진행되던 13일. 재판이 거의 끝나가던 오후 6시쯤 한 중년 여성과 남성이 417호 법정 밖으로 나왔다. “아휴, 듣다가 화가 나서 나왔네. 어떻게 저렇게 거짓말을 한대…” 이 여성은 휴대폰으로 복도에 게시된 재판일정을 찍다 법원 관계자의 제지를 받았다. “알았어요. 안 찍을게요. 근데 요즘 얼굴이 안 좋으시네요. 재판일정이 많아 힘드신가보다” 이들은 계단을 내려가 총총히 사라졌다. 법원 관계자 안부까지 걱정하는 모습에서 보이듯, 재판방청 이력이 보통이 아닌 듯 했다. 이들은 과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규모 투자사건의 피해자로 몇년째 법원을 다니며 주요 재판을 방청한다고 한다. 물론 이재용 부회장 사건과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

최근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서는 ‘분노의 방청객’들이 제법 있다. 앞서 본 사람들은 아주 점잖은 축이다. 이재용 부회장 본인은 출석하지도 않았던 지난달 9일 첫 준비절차에서도 한 여성 방청객이 갑자기 일어서며 “내가 물어보겠다”고 소리치다 퇴정을 당하기도 했다. 관련자들에 대한 분노는 때로 변호사들에게 향하기도 한다. 지난 2월 최순실씨 재판에서는 고영태씨에게 증인신문을 하던 이경재 변호사에게 한 여성 방청객이 “왜 그렇게 다그치냐, 돈이 그렇게 좋냐!”고 소리를 지르다 재판장의 제지를 받았다.

피고인의 말뿐 아니라 움직임이 분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는 안종범 전 수석은 재판이 오래 지속되면 앉았다 일어났다 하거나, 일어나서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을 할 때가 있다. 이를 본 한 여성 방청객이 기자에게 말했다. “저거 봐요, 죄인이 스트레칭이 말이 돼요? 벌써 네번이나 일어났다구. 저런 걸 기사를 써야지!” 물론 안 전 수석은 재판부 양해를 받고 하는 행동이다.

이들에 대해 대부분의 재판부는 “계속 법정소란을 부리면 감치될 수 있다”는 경고로 끝낸다. 실제로 감치된 사례는 거의 없다. 소란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도 그렇지만 이들의 분노에 보통 사람들의 ‘법감정’이 담겨 있는 것도 한 이유로 보인다. 어떤 의도를 갖고 재판을 오염시키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지루하고 어려운 재판을 오랜 시간 지켜 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12일 차은택씨 등의 재판이 종결되는 등 국정농단 사건도 종반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앞으로 나올 선고결과에 이들의 법감정이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까. 재판은 법감정이 아니라 사실관계에 법률을 적용시켜 결과를 도출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이들이 만족하는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내가 재판을 다 봤는데, 그렇게 나쁜 놈들한테 어떻게 형이 그것밖에 안 나와!” “무죄라니, 말이 돼?” 결과에 따라 자칫하면 ‘경험’이 뒷받침된 사법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선고를 앞둔 재판부의 고민이 깊어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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