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사람들이 원하던 사법정의가 실현되었건만 나에게는 기쁨의 감정보다는 불편한 느낌이 더 강했다. 단정한 올림머리가 풀어헤쳐진 사진은 의전 대통령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건만, 진심으로 그가 반성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따라서 그를 순수하게 지지하던 분들의 상당수가 허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기 까지는 앞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그 지리한 과정에서 만약에 그가 극단적 선택이라도 하게 된다면 다시 한번 우리 사회는 홍역을 앓아야 하리라는 생각까지 머리를 맴돌고 있다.

이른바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이 세계일보에 의하여 보도되었던 2014년 11월 말경 그가 언론의 감시와 견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최소한의 조치만 취했더라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전개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그는 검찰 등 권력기관을 통해 세계일보사를 탄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하였고, 검찰은 그의 의중대로 움직이며 비선실세의 존재를 은폐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민정수석의 비위를 감찰하던 특별감찰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나의 법률 상식과는 동떨어진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때 검찰은 분명히 틀렸다.

최순실 게이트가 보도되고 국정조사가 시작되면서 고영태라는 내부 제보자가 검찰에 출석할 때 나는 다시 한번 사건의 실체가 뒤바뀌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었다. 대통령과 민정수석이 사건의 실체를 은폐하는데 전력투구할 것은 뻔했고, 누가 보기에도 약점이 있어 보이는 고영태를 검찰이 압박해 관계자들의 입막음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였으며, 그 길이 이미 틀린 수사를 한 적이 있는 검찰 수뇌부가 선택하기 쉬운 길이었기 때문이다.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 내부에서 어떤 논쟁이 있었는지, 그들이 어떤 판단을 하였기에 자칫 잘못하면 언젠가 자신들에게도 칼 끝이 미칠 수 있는 수사를 철저히 하기로 결정하였는지 알 수 없으나,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진실된 수사 덕분에 특검도, 헌법재판소도 국민의 압도적 다수의 환영을 받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힘으로 검찰은 대통령을 구속시키며 사법정의를 실현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하고, 방대한 양의 수사를 단기간 내에 헌신적으로 진행한 검찰 관계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지금은 검찰이 분명히 맞다.

마지막 원고를 이렇게 무거운 주제로 쓰게 되어 죄송하고, 제목만 보고 홍상수 김민희 커플 이야기를 기대했다가 실망하였을 독자들께도 죄송하다. 몇분 되지 않겠지만, 지금까지 보잘 것 없는 글을 읽어주신 독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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