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금품 대가로 한 보험금 대리청구·중재·화해 등 행위는 손해사정 업무 아냐”
대한변협,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에 관련 법규 준수 및 보험브로커 근절 대책 마련 촉구

변호사법을 위반한 손해사정사들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지난 6일 성명서를 내고 “손해사정사의 변호사법 위반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월 16일 수원지방법원은 금품을 대가로 피보험자들을 대리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등 법률사무를 취급한 손해사정사 2명에게 각 벌금 700만원, 500만원을 선고했다. 수원지법은 “손해사정사는 손해발생 사실의 확인, 보험 약관 및 관계 법규 적용의 적정 여부 판단, 손해액 및 보험금 사정 업무와 관련한 서류 작성·제출 대행은 가능하지만, 나아가 금품을 받거나 보수를 받기로 하고 피해자 측을 대리 또는 대행해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은 손해사정사 업무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시했다.

위 사건 피고인들은 피보험자들로부터 보험금의 10~20%를 수수료로 지급받거나 지급받기로 약속하고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대리청구했다. 또 보험회사에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등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자 피보험자들을 대신해 이들의 이름으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수원지법은 “보수를 약속하고 피보험자를 대리해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피보험자와 보험회사 사이에서의 보험금 결정에 관한 중재 등 행위는 손해사정사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손해사정에 관해 필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없다”며 “다만 피고인들이 손해사정사 업무범위에 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이 같은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의뢰인들에게 특별히 해를 끼친 것으로 보이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양형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변호사법 제109조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감정·대리·중재·화해 등 법률사무를 취급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변협은 변호사법이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들의 법률사무 취급을 제한하는 이유를 “비변호사가 금품 기타 이익을 얻기 위해 타인의 법률사무에 개입하는 것을 방치하게 되면, 당사자 기타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해하고 법률생활의 공정·원활한 운영을 방해하며 나아가 법질서를 문란케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변협은 “그동안 손해사정사들은 보험금 대리 청구뿐만 아니라 보험회사와 보험금 합의를 위한 압박수단으로 불필요한 민원을 유발하기도 했다”며 “보험회사도 이들의 행위를 합법적으로 여기며 이에 응해주는 등 보험업법, 보험업법감독규정 및 변호사법 등 관련 법규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손해사정사들의 불법행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변호사법 위반 등의 불법행위가 있는 경우 이를 수사의뢰하여 엄단에 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변협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손해사정사회 등 관련기관에 “위와 같은 사항을 반드시 손해사정사에게 안내하여 추후 보험회사 및 독립손해사정사들이 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보험업법, 보험업법감독규정 및 변호사법 등의 관련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하는 한편, 보험브로커 근절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직역수호·창출 위해 노력”

법조유사직역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 3일 대한변리사회는 ‘변리사법 개정 토론회’를 개최하고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가 변호사와 함께 공동소송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허침해소송은 특허 기술의 내용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따라 판결이 좌우되는 등 전문성이 강조되는 것으로,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참여를 통해 국민이 양질의 소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 협회장은 취임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2년간 직역수호, 직역창출을 위해 힘차게 일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98개 버킷리스트 중에는 장기적으로 유사직역을 통합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김현 협회장은 “매일같이 국회의원을 만나며 변호사 생존권 보장, 유사직역 관련 법률 제·개정 저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소송대리권을 부여받는 유사직역이 늘어난다면 이는 로스쿨 도입 취지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률시장의 혼란을 불러오는 것으로, 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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