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법조를 짊어져나갈 예비법조인들이 저마다의 귀한 꿈을 안고 전국의 법학전문대학원에 새로이 입학했다. 그들에게 “어떤 법조인이 되기를 원하나?”하고 종종 물어본다. 그들의 젊음이 내는 풋풋한 대답을 들으면 대견하기만 하다. 얼마 전 타계한 저명한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Oliver Sacks)는 개체다운 존재로서 살고 싶다는 의지력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강력한 힘이라고 설파했다. 이를 조금 바꾸어 말하면, 법조인다운 법조인으로서 살고 싶다는 원망(願望)과 희구가 제대로 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면 이 시대의 한국에서 법조인다운 법조인, 제대로 된 법조인은 무엇을 내용으로 삼을 것인가?

미국의 법학자 로스코 파운드(Roscoe Pound)가 이 점에 관하여 고전적인 해설을 한 바 있다. 그는 법조인을 지칭하여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일반 직업의 하나로서 공공봉사의 정신에 입각해 고도의 숙련된 기술을 추구하는 일단의 그룹에 속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것이 부수적으로 생계수단이 된다고 해서 그 공공적 봉사의 성격이 무시될 수 없다.” 여기에서 법조인은 생계수단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숙련된 고도의 기술, 공공봉사의 정신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본다. 옳은 말이기는 하면서도 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우리는 인류역사상 아주 색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급속한 변화가 이어지고, 또 그 변화가 신속하게 정착하여 기존의 질서로 구축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변화의 기존 질서, 세력에의 포섭은 법적 장치에 의한 정비를 거친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그만큼 법조인의 역할이 중대하고, 그들의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인식의 심천(深淺)이 그 사회의 발전 속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우리 주위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자. 인공지능, 딥 러닝(deep learning), 생체인식, 뇌과학의 발전 등 제4차 산업혁명은 째깍거리는 시계초침처럼 불가역적으로, 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고 있다. 순간순간 언제 빅이슈가 터져 나올지 모른다. 한 예로 며칠 전 미국 특허청은 유전자 편집 기술에 관하여 크리스퍼(CRISPR)라는 툴(Tool)을 고안한 34세의 중국계 청년 장펑(Feng Zhang)에게 지금으로 쳐도 수십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특허권을 부여하였다. 하지만 이 기술에 세밀한 법적 제재와 방향성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인류는 상상하기 힘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에 법조인은 거침없는 눈길을 주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 연착륙할 수 있는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법조인은 이처럼 변화의 물결을 바로 가슴에 안을 수 있어야 한다. 법조인에게 주어진 대단히 엄중하고 새로운 사회적 책무이다.

기존세력 유지나 질서 안정화가 법조의 제일 큰 사명이라고 하는 낡은 관념은 부스러지고 있다. 시대적 제반 상황이 바람직한 법조인의 상을 바꾸고 있다. 로스코 파운드의 고전적 견해도 물론 여전히 유효하나, 급격한 변화의 무난한 수용이라는 과제가 법조인의 어깨에 놓여있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구적(地球的)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그 제일 앞에서 할 일을 찾아나가는 법조인이 법조의 새날을 연다. 그들이 바로 ‘앞서가는 법조인’이고 ‘법조인다운 참 법조인’인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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