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되기 오래 전, 일찍 자기 진로를 결정하고 단독으로 개업의사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친구는 자기 고향이 아닌 지역에서 개업을 한 탓에 점심식사를 함께 할 사람이 없다고 투덜거렸다. 필자는 의아한 생각에 “너희 병원 직원들과 함께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친구의 답변은 더욱더 의아했다. 친구가 개업을 하는 과정에서 조언을 구했던 선배의사들로부터 “의사가 병원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충고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 충고에 내재된 이유는 조금 과장하면 의사와 의사가 아닌 직원들은 서로 신분이 다른 사람들이니 사적으로 함께 뒤섞이는 것이 의사의 권위를 바라보는 시각에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친구의 웃기는 이야기로 넘겨버린 경험은 변호사가 되었을 때 다시 돌아왔다. 법무법인에 소속된 변호사가 소속 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것에 대하여 예전 그 친구가 들었던 충고와 유사한 충고를 하는 선배를 만나게 된 것이다.

변호사, 의사, 소위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전문직으로서의 자존감과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지위를 계급화함으로써 얻어지는 권위를 추구하는 것은 분명 불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사실 그러한 권위라는 것도 본질적으로 구분되는 자신의 우수함을 표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상대를 격하시킴으로써 얻게 되는 상대적 우위에 대한 씁쓸한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어느 조직의 구성원들이 서로 담당하고 있는 역할이 다를 뿐, 서로 동등하게 함께 한다는 인식은 분명 조직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변호사로서의 업무 역량 역시 스스로의 힘만으로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 동료들의 견고한 도움을 발판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법률사무소에서 이루어지는 업무가 내용이 복잡한 경우보다도 처리 과정에서의 실수로 인하여 누군가의 권리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는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러하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