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변호사들을 살펴보면 보통 시간에 쫓기며 사는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의뢰인들은 자신의 사건이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에게 항상 최우선 순위이기를 바라고, 요즘 같이 법률시장에서 경쟁이 심해진 상황에서는 더욱 빠르면서도 완성도 높은 서면과 법률자문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업무에 필요한 시간은 일정한 상태에서 의뢰인 뿐 아니라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동료 변호사들까지 마음에 들도록 깔끔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여간해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이런 경우 다른 시간을 줄여서 업무를 끝내려고 하다보면, 그 다른 시간이 주로 수면시간이 되곤 하는데 가끔 내 생명의 일부를 판결 결과와 바꾸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때도 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주인공 마코토는 타임리프라는 시공간을 도약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초능력을 가진 것으로 나온다. 아마 시험을 치러본 사람 대부분은 자신에게 딱 한 달만, 딱 일주일만, 그도 아니면 딱 하루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간절함을 느껴본 적이 있으리라. 마코토는 그런 꿈을 실제로 이룬 횡재를 한 것이다.

만일 변호사인 내게도 타임리프 능력이 생긴다면 무엇을 할까 엉뚱한 상상을 하다가 재판 결과를 알게 된다면 그 결론을 바꾸기 위해 다른 주장과 증거를 찾아 제출할 수 있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치게 된다. 그러자 막상 법조인인 우리가 확정하는 법정에서의 ‘사실’이라는 것이 과연 ‘진실’인가 하는 회의도 들었다. 재판 과정에서 알지 못하고, 제출하지 못했던 주장과 증거를 과거로 돌아가 찾아온다면 흥미진진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했던 것은 뭐라 할지, 그런 행위는 진정 신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기업 자문의 경우는 특히 답변시간이 촉박한 때가 많다. 물론 급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서 의뢰인들의 마음이 급한 것도 이해는 가지만 꿈나라 열차를 타고 있는 새벽 3시에 받은 이메일을 오전 10시까지 답변해 줄 수 있는 변호사는 많지 않다는 점을 의뢰인들도 이해해주는 날이 오길 빈다. 아니면 타임리프용 호두라도 주문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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