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일 국회는 의료법 제24조의2항을 신설하여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및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성명, 수술 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수술 등 전후 환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에 대하여 환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하여 설명의무를 법정화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처분을 하도록 하였다. 대법원이 1979년 8월 후두종양제거술 후 목이 쉰 사건에 대하여 처음으로 설명의무위반책임을 인정한지 만 37년 만이다. 그동안 ‘보건의료기본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에서 설명의무를 두었지만 처벌조항이 없어 선언적 의미에 그쳐 실효성이 없었다.

그러나 신설된 설명의무조항은 많은 한계가 있다. 최초안은 ‘모든 수술’을 대상으로 하고 형사벌을 두었으나, 심의과정에서 검사, 진찰, 프로포폴 수면마취, 투약, 시술 등 대부분의 의료행위가 제외되었다. 이 때문에 비보험진료로 경제적 수익을 더 얻을 수 있는 미용성형시술 의료인이 보호되는 반면, 건강보험진료를 하는 신경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메이저과 의사들이 역차별을 받게 되었다. 설명내용도 비침습적 대안치료, 구체적 위험확률, 의료인의 수준, 의료기관의 장비 등 수술능력, 응급상황 시 치료방법 등 환자가 스스로의 생명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정보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의료인은 4가지 항목만 동의 받으면 면책될 수 있어 법조항 신설로 설명의무가 형해화(形骸化)되고, 그 이외의 범위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준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윤리적 의무를 벗어나 법적 의무(행정벌)로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설명의무 신설은 환자의 권리를 크게 향상시켰다. 그간 대법원은 설명의무를 의료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위자료 청구 시 선택기회 침해만 입증하면 족하고, 모든 손해배상청구 시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까지 입증하여야 한다”고 하여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였다. 법조항 신설을 계기로 대법원은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자기결정권 침해를 형법 제24조 피해자승낙을 받지 아니한 위법한 행위로 간주하고, 독일의 신체침해설, 일본의 동의무효설처럼 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일본에서는 최근 법원이 설명의무위반책임을 중하게 묻자 의료사고가 많이 줄었다. 환자는 수술의 위험성을 듣게 되어 꼭 필요한 경우만 수술결정을 하여 과잉진료가 줄어들었고, 의료인은 설명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한번 더 상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설명의무 신설은 의료인을 단죄하려는 것이 아니라, 의료사고를 줄이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의료계는 거부감보다 신뢰를 회복하는 전기가 마련되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 치료에서의 주체성을 확립하여야 입법의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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