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정윤회 문건 가운데 알려지지 않은 8개 파일 중 양승태 대법원장의 일상생활을 사찰한 내용이 들어있다고 폭로했다.

폭로 내용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국기문란이다. 대법원이 밝혔듯이 이는 “중대한 반헌법적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삼권분립의 정신을 위배한 것일 뿐 아니라 헌정질서를 유린한 것이고 국가기강을 무너뜨린 것이다.

조한규 전 사장은 사찰문건에는 양 대법원장의 등산 등 일과 생활을 낱낱이 사찰해서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과 2014년 춘천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한 내용 등이 들어 있다고 밝히고, 주장의 근거로 양승태 대법원장과 최성준 방통위원장에 대한 사찰 내용이 담긴 소위 ‘정윤회 문건’을 국조특위에 제출했다. 주장이 구체적이고 관련문건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사찰이 실제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누가 무엇을 목적으로 대법원장을 사찰하고 문건을 작성했는가 하는 점이다. 대법원장까지 사찰을 했다면 법원의 고위간부나 검찰총장 등 사정기관에 대한 전방위적인 사찰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사찰 문건의 작성자가 국정원이라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고 주장의 근거도 나름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어, 청와대의 주도하에 사법부를 길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사찰이 계획되고 진행되었을 개연성이 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나 정부의 주도로 사법부 수장에 대한 사찰이 벌어졌다면 이 정권은 무도정권이요 무법정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더 나아가 살필 것 없이 그 자체로 탄핵감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인지하여 조속히 수사하고, 특검 역시 이러한 사법농단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의 일환인지 조사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의 인사농단, 교육농단, 시장농단이 백일하에 드러나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법농단까지 벌였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헌재의 판단을 기다릴 것도 없이 자진해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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