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이 예민하고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청소년기에 ‘이것이 법이다(더티 해리 시리즈 2편)’라는 영화를 보았다. 유신 시절 읍 소재지의 중학교에는 한달에 한번 전교생이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문화교실 프로그램이 있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벤허를 비롯한 명화를 보면서 최소한의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영화 ‘이것이 법이다’의 원래 제목은 ‘MAGNUM FORCE(매그넘 포스)’인데, 우리나라에서 개봉되면서 뜬금없는 제목이 붙여졌다. 매그넘은 주인공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경찰관 해리 역)가 사용하던 리볼버 권총이다. 일반탄보다 강력한 매그넘 실탄을 장착한 44구경 매그넘은 권총이지만 파괴력이 매우 강력하다. 썬글라스를 낀 채 싸이카를 타고 가,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며 악행을 일삼는 악인들을 44매그넘으로 처단하는 경찰관들과 또 이성적 관점에서 이들을 제거하는 더티 해리의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MAGNUM FORCE(매그넘 포스)’를 번역하면, 매그넘의 힘이다. 감독은 관객들에게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총의 힘으로라도 정의를 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권총 중에서도 강력한 44매그넘이 감독의 뜻을 더욱 강하게 전달한다. 내 기억 속에는 아직도 경찰관이 권총으로 악인을 응징하는 장면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악인은 지옥으로!”

그러나 사법의 힘이 아닌, 총의 힘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정의를 세울 수 없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의 명령에 의해 200명 이상의 마약사범이 재판 없이 현장에서 즉결처분되었다고 한다. 대통령의 별명이 더티 해리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억울한 희생자들이 발생했고, 인권침해라는 거센 비난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6·25전쟁 초기에 지리멸렬하던 국군의 명령체계가 무너지자, 육군본부가 분대장급 이상 지휘자 및 지휘관에게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하거나 명령 없이 전장을 이탈하는 부하들에게 즉결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즉결처분은 존망의 기로에 처한 국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자, 시행된 지 일년 만에 군은 민주국가로서 취할 바가 아니었다고 하면서 철회하였다.

각설하고, ‘이것이 법이다’에서 이것은 무엇일까. 이것에 대한 생각은 10인 10색일 것이다. 목사님은 성경 말씀이,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선거에 임박한 정치인은 유권자의 한표가, 연예인은 인기가, 굶주린 사람은 밥이, 돈독이 오른 졸부는 돈이, 폭력배는 주먹이, 김정은은 핵무기가, 비선실세는 그까짓 것이, 촛불을 든 민심은 촛불이 법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법은 무엇인가. 법은 정의롭고, 평등하고, 공정해야 한다. 하지만 법을 운용하는 사람과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OECD는 ‘한눈에 보는 정부 2015’ 보고서에서 사법제도와 법원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도가 27%로 조사 대상 42개국 중 39위라고 밝히고 있다. 사법이 부조리하고,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오늘도 변호사를 ‘법장사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살까 말까 기웃거리고 있다. 하지만 법이 정의의 근원이고, 변호사의 사명이 정의 실현에 있음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