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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사는 법]가난한 날의 행복
탁경국 변호사  |  tak@coex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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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호] 승인 2016.12.12  10: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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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이다. 지독히 가난하였다. 성실하게 일하였음에도 지독한 가난을 면하지 못한 부모님을 보며 세상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입학하여 그 잘못된 세상을 누가 만들었을까 고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재벌과 군사정권의 탓이라는 내 나름의 어설픈 결론에 이른 후 데모도 무지 해댔다.

군사정권과 재벌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던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여 군인 출신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을 감옥에 보낸 후 세상이 바뀌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만 그 후로도 성실하게 일해도 지독한 가난을 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만 갔다. 그 모순 구조가 재벌과 군사정권의 탓이라는 내 결론은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다.

가장 서민적인 캐릭터를 보유한 대통령이 이끌었던 참여정부 5년 동안 주거비와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폭등하여 서민의 등을 휘어지게 만들고 삼성이 압도적 1위 재벌로 부상하는 결과와 특권과 반칙 타파를 부르짖었던 그 분의 정신을 다른 누구도 아닌 그 분의 가족들이 훼손하는 광경을 목도하면서 나는 모든 것을 원점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가진 사람이건 못 가진 사람이건, 배운 사람이건 못 배운 사람이건 간에, 자기 몫을 챙길 기회가 주어지기만 하면 반칙까지 감수하면서 자기 몫을 챙겨야만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풍토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크고 작은 반칙은 늘상 있기 마련이고 누구나 그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전관예우가 작동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어 의심치 않는 우리 변호사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돈 좀 벌었다는 변호사들 중 변호사법 위반의 소지가 전혀 없이 떳떳하다는 변호사가 몇명이나 될까.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운 탐욕에 대한 단죄 여론이 비등한 요즈음, 엉뚱하게도 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 중 “저의 작은 아버님이 장관이세요. 어디를 가면 쌀 한가마가 없겠어요? 하지만 긴긴 인생에 이런 일도 있어야 늙어서 얘깃거리가 되잖아요” 라는 문구가 자꾸 떠오른다. 자제의 미덕은 교과서에만 존재했던 것일까.

누구나 쉽게 최순실의 탐욕을 욕하고 그의 공범들을 욕한다. 그런데 그들 모두가 종신형을 선고받아 우리 사회에서 격리된다 하여도 탐욕을 부추기는 승자독식 제도에 변화를 주지 않는 한, 성실하게 일해도 지독한 가난을 면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 구조가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이미 가난을 면했기에 늙어서 나의 아내나 아들들과 수필 속의 얘기를 주고 받을 리 없겠지만, 가난을 잊을 수도 없고, 잊어버리고 싶지도 않다. 주위에 성실하게 살아왔고, 성실하게 살고 있음에도 가난의 구렁텅이로 떨어져가고 있는 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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