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수사기관 업무를 탐정에게 의뢰해 비싼 수임료 부담하게 될 것”

변협이 기본권 침해와 전관비리 조장 우려가 있는 공인탐정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대한변협은 지난달 29일 성명서를 통해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국가공권력의 염결성을 해치는 공인탐정법안을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이어 “검·경찰 등 국가기관이 하는 수사 업무와 변호사 2만명이 하는 사건 정보수집, 사실관계 파악 및 증거 확보 등으로 이미 수요가 충족되고 있다”면서 “공인탐정법안은 사생활 침해 등 기본권 침해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검·경 수사관에 특권을 주는 등 전관비리를 조장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공인탐정법안은 윤재옥 국회의원을 포함한 12명의 국회의원이 지난 9월 8일 발의했다. 공인탐정법안에서 ‘탐정’은 경찰청장이 지도·감독하는 국가자격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국가자격을 취득한 탐정은 실종자, 가출인 등 사람 찾기 등을 의뢰 받아 관련 자료 및 정보 수집을 대행할 수 있다.

민간에 조사자격을 부여하는 공인탐정법안은 1999년 하순봉 의원이 추진한 ‘공인 탐정에 관한 법률안’을 시작으로 이름만 다르고 엇비슷한 내용으로 계속해서 등장해왔다. 제19대 국회에서는 윤재옥 국회의원이 발의한 ‘경비업법 전부개정법률안’, 송영근 의원이 발의한 ‘민간조사업에 관한 법률안’이 있었으나 모두 폐기됐다. 윤재옥 국회의원은 경찰대 1기를 수석으로 졸업한 경찰 간부 출신이고, 송영근 국회의원은 고위 군간부 출신이다.

변협은 “공인탐정법안이 제정되면 공인탐정이라는 미명하에 현재에도 만연한 심부름센터, 흥신소 등에서 자행하는 불법행위가 합법을 가장해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공인탐정법안은 변호사가 아닌 자가 소송, 심판 및 조사 사건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 처벌하는 변호사법과 충돌을 일으킨다.

또한 조사방식은 정보주체에 대한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행위, 도청, 비밀촬영 등을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개인정보보호법, 통신비밀보호법 등에도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

비싼 수임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변협은 “응당 수사기관이 해야 할 업무임에도 전직 검·경 수사관 출신 탐정에게 의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불필요하게 비싼 수임료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경우 2006년 ‘탐정업 업무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탐정업을 합법화했다. 도쿄도조사업협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원 2명이 받는 불륜조사를 위한 시간당 요금은 2만엔 전후다. 조사용 차량 비용을 별도로 받는 곳도 과반수다. 차량 비용은 하루에 1만엔에서 2만엔을 받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전관비리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공인탐정법안은 △경찰공무원, 검찰청, 국가정보원, 군수사기관 직원 중 수사·정보 등 유사업무 종사 경력이 10년 이상인 자 △형사소송법 제197조의 특별사법경찰관리로서 수사업무 종사 경력이 10년 이상인 자에게 1차 시험 면제 특권을 부여한다. 또 경찰청장에게는 탐정업 등록권한 및 탐정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부여하고 있다.

변협은 “현실적으로 수사기관과 유착관계 없이는 중요 개인정보 수집이 불가능하다”면서 “검·경 수사관 출신 탐정들이 현직 공무원과 관계를 이용해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국민에게는 높은 수임료를 요구하는 또 다른 전관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영국에서는 2011년 탐정 조나단 리스가 경찰로부터 불법적으로 유명인에 대한 정보를 취득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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