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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기자실]대통령 ‘피의자’되던 날
양은경 조선일보 기자·변호사  |  k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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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호] 승인 2016.11.28  10: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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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2016년 11월 20일 오전, 서초동 검찰청사 주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달 30일도 최순실씨의 갑작스런 귀국으로 새벽부터 소란스러웠던 만큼, ‘최순실 게이트’이후 평화로운 일요일은 드물었지만 최씨의 구속기간 만료일이자 기소일인 20일의 의미는 남다른 것이었다. 이날 있을 검찰 수사발표에서 공소장에 ‘대통령’ 등장 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이었다.

민간인과 공직자로 신분도 다르고 서로 알지도 못한다는 최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비서관이 ‘공범’으로 묶이려면 대통령의 매개가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기밀을 유출했다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폰에도 대통령의 지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참고인조사도 받지 않은 대통령의 혐의를 과연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대통령에게 ‘답’을 주지 않기 위해 공소장에는 혐의를 숨기리라는 관측도 상당했다.

수사발표장 48석을 차지하기 위해 기자들은 아침부터 새치기를 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11시 발표장에는 카메라 플래쉬 터지는 소리와 타자치는 소리로 가득했다. 직접 발표를 맡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최씨와 안 전 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세 사람의 혐의를 언급하며 “대통령에 대해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를 근거로 세 사람의 범죄사실에 대해 상당부분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이때만해도 검찰이 대통령에 대해 ‘판단’만 하고 공소장에 적시하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곧 이어진 문답에서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을 피의자로 정식 입건하겠다”고 했다. 최씨의 단독 범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모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가 된 것이다.

공소장에 드러난 대통령의 혐의는 더욱 적나라했다. ‘미르’의 설립을 기획한 것은 물론 안 전 수석에게 재단 명칭과 임원진, 사무실 위치까지 지시했다. 안 전 수석에게 롯데그룹 총수와 단독면담 주선을 지시했고 70억 추가출연을 챙겨보라고도 했다. 심지어 최씨 지인의 KT채용, 현대자동차 납품까지 직접 챙겼다. 변호인은 ‘조사하기도 전에 결론을 내렸다’고 반발하고 뇌물죄 부분은 검찰도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현재까지 혐의만으로도 탄핵소추는 충분하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려 온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이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근거로 ‘수사 불가’라고 한게 지난달 26일이었는데 한달도 안돼 ‘피의자 대통령’이 된 것이다.

통상 기소되지 않은 공범이 있으면 그에게 책임을 미루게 마련이다. 그래야 자신들의 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는 어떨까. 법정 밖의 대통령은 이를 어떻게 방어할까. 공소장이 ‘탄핵소추안’이 될 수 있을까. 살필 곳이 많다. 수사발표가 시작에 불과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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