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있는 나비가 날개를 한번 퍼덕인다. 아주 작은 흐름이 촘촘히 연결된 인과관계를 거쳐 뉴욕을 강타하는 허리케인으로 만들어진다.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는 ‘나비효과’라는 문구를, 우리는 최근 뜻하지 않게 인터넷이나 활자화된 지면에서 자주 접할 기회가 있었다. 비록 몹시도 우울한 결론에 대한 냉소와 다양한 방식의 권력을 가졌던 이들에 대한 조소가 담겨 있는 것 같아 씁쓸하지만,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도 때때로 사건 속에서 다른 모습을 가진 나비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당사자가 생각지도 못한 시점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활자 또는 행동으로부터 갈등이 촉발되어 분쟁이 되고, 극복되지 못한 분쟁이 소송이 되어 변호사의 눈앞에 놓이게 된다.

아직 우리 사회가 일상생활에서 법을 예방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인식이 충분히 숙성되어 있지 않은 까닭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태풍이 되어 돌아온 결과로부터 역방향으로 인과관계를 추적해나가다 보면 아주 작은, 최소한 그 당시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사소했던 시작 지점과 만나게 된다. 시작 지점에서 법의 도움을 받았더라면 매우 쉽게 해결할 수 있었던 사건들을 접할 때면 안타까운 심정이 들 때가 많다. 더구나 현재 시점의 소송과정에서 당사자가 겪게 되는 심리적·경제적 손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강한 태풍에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당사자가 있는가 하면, 작은 바람에도 크게 흔들리는 당사자도 있다. 후자의 경우 분쟁이 만족스럽게 정리되지 않으면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러운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변호사로서 직업적 외연을 넓히는 노력이라는 것이 사람들이 분쟁의 끝 지점에 이르러서야 만나게 되는 변호사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나비의 작은 날갯짓부터 당사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변호사까지 행보를 넓혀가는 책임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문득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날갯짓으로부터 이어져온 태풍에 의해서 우리 사회도, 그리고 내 눈앞에 놓인 서류 속 주인공도 다시 일어날 수 없는 피해를 입지는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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