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 지 어느새 만 16년이 흘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할 말을 하지 못하면 속병이 생기는 내 성정을 생각할 때 정말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해 왔다.

비록 메이저급의 언론사는 아니었지만 내가 쓴 기사에 여론이 움직이고 그로 인해 국가의 정책이 바뀌는 짜릿한 순간을 맞을 때에는 ‘이 맛에 기자를 한다’라는 뿌듯한 자부심을 갖기도 했다.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지만 평범한 서민 집안에서 태어나 고만고만한 대학을 나오고 특별한 재주도 없는 필자가 언감생심 장·차관들과 술자리를 함께하고 국회의원 등 유력인사들과 호형호제 할 때에는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오만함도 가졌다.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연봉을 받고 살았지만 자존심 하나 만큼은 하늘을 찔렀고 ‘기자가 돈이 없지 가오(顔, ‘폼’을 잰다는 뜻으로 일어에서 기원된 속어)가 없냐’며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적어도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사실 요즘들어 ‘내가 이러려고 기자가 됐나’하는 자괴감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기껏해야 고관대작들과의 술자리와 식사 몇번에 세상을 다가진 것처럼 호기를 부렸던 기개는 어디가고 나 역시 생계에 허덕이는 직장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기자들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돋보이는 요즘,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물을지도 모르겠다. 첫 테이프를 끊지는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만회할 기회를 찾으라고 독려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은 그런 기회가 모든 기자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기자들의 발목을 잡는 것들이 많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가장 큰 걸림돌은 이른바 ‘목구멍 포도청’이지만 말이다.

얼마 전 어느 전직 검찰총장이 어느 인터넷 팟캐스트에 출연해 “검사도 그저 직장인이 되고 말았다”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에 맞서던 기개는 사라지고 승진에 목을 매고 그 승진을 위해 정권의 입맛에 맞도록 사건을 처리하는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혀를 찼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검찰을 향해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필자는 그러지 못했다. 지금까지 필자는 그 누구보다 매서운 독설을 퍼부었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단순한 직장인이어서는 안되지만 그저 직장인에 머물고 마는 것은 기자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끝끝내 ‘내가 이러려고 기자됐나’는 자괴감을 끝내 떨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