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에 법관 임용 관련 의견조회 없이 임용예정자 명단 공개
지난해에는 변협이 ‘미흡’하다고 판단한 지원자를 선발하기도

대한변협이 대법원 법관 임용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변협은 지난 2일 성명서를 통해 “대법원은 법조일원화에 역행하는 법관 임용절차를 중단하고 변호사단체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2013년 법조일원화 시행 후부터 법원인사규칙 제7조 제2항에 따라 변호사를 판사로 임용하고자 할 때는 변협에 의견조회 공문을 보내왔다. 법관인사규칙 제7조(임용에 관한 의견조회) 제2항은 “대법원장은 검사, 변호사 등을 판사로 임용하고자 할 때에는 재직기관의 장, 소속 지방변호사회장 또는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관계 기관의 장에게 의견을 묻거나 참고자료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변협은 해당 변호사에 대한 각 지방변호사회 의견과 변협에서 진행한 법관 임용 지원자 면담 결과를 담은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해왔다.

2016년도 일반 법조경력자 법관 임용절차에서는 대법원이 변협에 징계 자료만 요청했을 뿐 법관 임용에 지원한 변호사에 대한 어떤 의견도 구하지 않았다.

아울러 변협이 대법원에 의견조회 일정을 문의하기도 했으나 이에 대한 답변 없이 지난달 24일 법관 임용예정자 8명 명단을 법원 홈페이지(사진)에 올려 전체 공개검증 절차를 개시했다.

법조일원화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는 후보자의 능력, 태도 등에 대한 부분을 평가할 때 변호사협회 의견을 중요시한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헌법에 의해 임명되는 연방법원판사 임용 후보자를 상원에 추천할 때 미국변호사협회 추천서를 함께 보고하고 있다. 캐나다도 연방법관 또는 주법관 임용 시 해당 주의 변호사협회가 연방 또는 주의 법무부 장관에게 법관후보자를 추천하거나 법관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가진 법조인을 선발하여 법원의 폐쇄적인 조직문화, 관료주의를 혁신하고 순혈주의를 타파하며, 국민에게 더 나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법조일원화 제도를 도입했다.

대한변협은 “법조일원화에 따른 법관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로서 활동한 내용에 대한 평가가 반영돼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변호사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대법원의 이같은 조치는 법조일원화제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대법원이 이번과 같은 조치의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향후 법관 임용 시 변호사단체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법관 임용 절차는 이전에도 논란을 거듭해왔다. 변협은 지난 2월 성명서를 통해 “법조일원화의 일환으로 변협 의견을 구하면서 그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태도는 그 취지를 망각한 독단적 처사”라고 비판한 바 있다.

2016년도 단기 경력법관 임용 절차에서는 변협이 평가의견서에 ‘미흡’ 의견을 낸 지원자 일부가, 지난해 하반기 법관 임용절차에서는 ‘미흡’한 지원자 2명이 법관으로 최종임명됐다. 지난해 대법원은 지원자들에게 변협 면담절차에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안내해 법관 임용자 5명이 면담에 출석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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