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안 루이즈의 부모는 1972년 콜롬비아에서 미국 뉴저지로 이민을 왔다. 파비안은 이듬해 태어났다. 부모는 열심히 일한 사람이 존경받는다고 가르치면서 늘 이렇게 말했다. “항상 전진하고, 절대 후진하지 말고, 결코 건너뛰려고도 하지 말라.” 파비안의 영웅은 형이었다. 그런 형이 동네 조직폭력에 연루되었다. “그때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파비안은 형이 말릴 새도 없이 상대 조직원을 쏴 죽였다. 열여섯 살이었다. 2급 살인죄. 중간에 탈옥을 시도해 형기가 늘어, 21년 동안 교도소에 살았다.

‘안 되면 되게 하라’라는 말이 있다. 어느 재벌 대기업의 창업정신이자 특전사의 군인정신이다. 영어로는 ‘허슬(hustle)’이다. 기존의 시스템과 규칙을 뒤엎어 버리는 도전정신이다. “나는 허슬을 좋아해요. 무엇에서든 기회를 찾아 덤벼 볼 수 있는 자유 말이죠.” 파비안은 교도소에서 법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한때 재판 보조원으로도 일했는데, 그의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이었다. “오랜 시간 닫혀 있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마침내 찾은 것 같았습니다.”

수형생활동안 힙합과 재소자들을 주로 다루는 ‘랩 태블릿’이라는 잡지도 만들었다. 출소 한지 일년, 파비안은 교도소에서 오랫동안 갈고 닦은 허슬러 기질을 발휘해 벤처 비즈니스를 창업했다. 전과자들의 창업을 도와주는 비영리단체인 ‘디파이 벤처스’ 프로그램의 지원이 있었다. ‘바깥세상의 것을 교도소 안으로 전달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해.’ 파비안은 이 사업 아이템으로 디파이 벤처스의 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우승을 했다. 우승 상금을 종잣돈 삼아 설립한 벤처 이름은 ‘인포네이션(Info-Nation).’ 회사 비즈니스는 수형자들의 의뢰를 받아 온라인 법률 정보와 검색 정보를 우편으로 보내주는 리서치다. 대부분의 미국 교도소에서는 인터넷 사용을 금지한다. 파비안은 수형자들의 의뢰를 받아 인터넷 등에서 찾은 정보를 정리해서 보내준다. 진정한 허슬러답게 그는 인포네이션을 키우는 한편 생활비를 벌기 위해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세상에 없던 나만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성공하는’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또라이들의 시대’ 제2장에 나오는 이야기다. 책을 읽다 여기서 멈췄다. 그렇게 멈춰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발상법, 상상력이 놀라웠다. 묘한 충격이었다. 책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더 이상 인맥, 학벌, 근면, 성실로 승부하는 모범생들의 시대는 끝났다는 것. 전 세계 5000개 사례 가운데 가장 특별한 주인공 30명을 직접 인터뷰한 결과다. 원전은 ‘the misfit economy’. 때로는 번역 제목이 원제보다 더 직설적일 때도 있다.

물론 예외도 상당하지만 한국 사회 법조 엘리트들의 삶은 지나치게 유사하고 표준적이다. 착실한 학창시절을 보낸다. 기존 학문과 통설에 대한 수용성이 뛰어나다. 몇번의 시험만으로 기득권사회에 편승한다. 폐쇄적인 공동체 문화에 젖어 스스로를 구별한다. 우월의식으로 중무장한다. 변호사로 일하면서 늘 그런 비난을 받았었다. 여의도에서도 그런 비난은 똑같았다. 물론 제 개인 탓이 클 것이다. 그럼에도 법조계라는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여전히 천동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남들은 다 아는데, 우리만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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