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드디어 청탁금지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흔히 김영란법이라고 부르는데 요즘처럼 사방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을 듣노라면 당사자는 얼마나 불편할까 싶다. 훗날 역사적인 업적을 평가해 칭송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말이다. 누구라도 법률의 명칭을 듣고 그 취지를 금방 짐작할 수 있도록 공식 약칭인 청탁금지법으로 부르는 게 더 나을 듯하다.

이 법의 태동은 2011년 6월 국무회의에서 가칭 공직자의 청탁수수 및 사익추구 금지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이전부터 정부가 국제협약에도 가입하고 부패예방 전담기구를 두어 정책을 시행해 왔지만 부정부패 사건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에서는 국민들이 공직자들의 청렴성을 신뢰하지 않았고, 밖에서는 국제사회가 한국사회의 투명성을 믿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뿌리 깊은 악습을 청산하지 않으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법제정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추동하였다. 하지만 실제로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이해충돌을 조정하느라 많은 시간이 걸렸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에도 험난한 여정이었다. 마침내 2015년 3월 27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제정, 공포 되었지만 시행까지는 1년 6개월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것도 미리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라 합헌성 여부를 판단 받고 나서야 가능하였다.

이처럼 산고가 컸던 만큼 우리는 청탁금지법에 많은 기대를 품고 있으며 청탁금지법은 그 기대에 부응해 우리사회의 역사적 전환기를 가져와야 마땅하다. 하지만 벌써 우리 앞에는 피할 수 없이 겪어야 할, 수없는 시행착오와 혼란이 놓여 있는 듯하다.

헌법재판소는 “금지되는 행위가 어떤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 법률에 정해지고 이에 따르는 제재가 법률에 명백히 규정”되어 있다고 판단했지만 실상은 전혀 달라 보인다. 어디까지가 괜찮고 어디까지가 안 괜찮은지 청탁금지법의 해석을 두고 연신 머리를 갸웃거리며 국민권익위의 유권해석을 쳐다보아야 하는 처지에 있는 것이다. 더 난처한 일은 국민권익위가 유권해석을 바꾼 적이 이미 있고 또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는 점이다.

유권해석이 경조사비로 받은 100만원을 전액 반환해야 무탈하다고 하였다가 10만원은 두고 90만원만 반환하면 된다고 답을 바꿀 때, 인도에서 좌측통행과 우측통행, 에스컬레이터에서 한줄 서기와 두줄 서기 사이를 오락가락 하며 헛갈리게 하던 일을 다시 보는 듯했다.

어쩌면 정답이 바뀌는 정도의 혼란은 헌법재판소의 말대로 “우리 사회의 청렴도를 높이고 부패를 줄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겪는 어려움쯤으로 여기고 감수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선례가 없어서 우왕좌왕 하는 것이니 조바심 내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머리를 갸웃거리던 문제들의 정답도 단박에 보일 때가 올 것이라 믿으며.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겪고 난 이후에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 대학생이 교수에게 건넨 캔커피가 첫 신고사례였다는 뉴스는 머리를 더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괜한 문제를 만들게 될까 서로를 피하고 소통을 거부하는 세상이 되지 않기를, 공정하고 청렴한 세상을 얻되 사람 사는 정감을 잃지 않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