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허술한 정책집행이나 황당한 예산낭비사업이 드러난 몇몇 부처와 모모 공공기관은 국감 시작부터 시끄럽다. 그동안 행정과 사법 등 권력 내부에서 치밀하고 은밀하게 행해진 일에 누군가가 그토록 강하게 메스를 들이댈 줄 몰랐을 게다. 그동안 국민들은 몰랐던 공직사회의 ‘권력’, 전문성과 내부정보로 포장된 ‘권력’, 한쪽으로 쏠렸던 ‘권력’의 무게가 차차 균형을 잡아가는 시점이다.

권력이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 사람은 몽테스키외 말고도 많았다. 민주주의의 영화를 향유한 페리클레스라던가 유토피아를 꿈꾼 토마스 모어도 절대 권력이 얼마나 세상을 황폐하게 하는지 알았다. 프랑스혁명 당시 시민들은 왕명에 휩쓸리지 않는 의회, 그리고 공의를 위한 시민법정을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바다.

이제, 국민의 뜻으로 활동한다고 자부하는 국회의원들은 다른 기관에 대하여 국민의 뜻을 전달하느라 분주하다. 국회의원은 민주선거를 통해 선출된 헌법기관이며, 그들의 의사결정은 민의를 대변하고 있다는 믿음(公信力)을 준다. 국회의원은 헌법에서 보장된 권한을 활용하여 행정부·사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민의가 반영되지 못하는 부분을 조사·감사한다. 이것은 국회의 핵심적인 기능 중 하나로서 입법기능이나 예·결산 심사기능과도 다른 것이다.

매년 열리는 국정감사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가를 잘 알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척도다. 국회와 국민은 국정감사를 통해서 행정부, 사법부, 공공기관 등에 관해 중요한 정보를 알 수 있고 권력의 오남용에 따른 부조리를 개선하도록 한다. 특히 국정감사기간(9월~10월 중)에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몇몇 정책과 일부 사업의 개탄스러운 실상은 대한민국 사회를 놀라게 하면서 많은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다고 보인다.

그런데, 종종 국회는 권력균형기능과 민주적 견제기능에 있어 크고 많은 오해를 받는다. 이른바 국회의 ‘갑질(甲질)’ 논란이다. 종종 국회에서는 비합리적이거나 억지스러운 권한남용 때문에 ‘갑질’로 비난을 받고 여론의 뭇매를 맞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갑질’과 ‘무례’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국회의원과 보좌직원, 입법공무원 등은 국민의 뜻을 소중히 받들어 전달하는 만큼 누군가에게 비례·무례하거나 상하관계를 강요하게 되면 시중에 ‘갑질’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 국회는 그동안의 ‘갑질’ 논란에 대하여 오해를 씻을 필요가 있다. 국회의 자부심이 국민의 뜻으로 구성된 기관이라는 것이라면, 국회는 ‘갑질’보다는 균형과 견제의 원리에 충실해야 하고 다른 국가기관·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등에 민주적인 뜻(民意)을 전파하는 역할을 다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국민들은 또 다른 권력의 남용과 줄세우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회 스스로에게 견제와 갑질을 구분하는 선구안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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