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을 아는 사람들 중 서른살이 가까워질 무렵 ‘서른 즈음에’ 라는 노래를 떠올리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술에 취해 ‘사랑했지만’을 목놓아 불러보지 않은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입대를 앞두고 괜히 ‘이등병의 편지’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김광석. 그가 세상을 떠난지 벌써 20년.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김광석과 그의 노래를 기억하고, 다시 부르고 또 다시 부르고 있다. 가수가 떠난 자리, 여전히 생명력이 넘치는 그의 음악들이 시대와 시대,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을 느낄때면 ‘김광석’ 이름 세 글자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김광석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뮤지컬 ‘그날들’을 한번쯤 감상해볼만 하다. 김광석의 노래들로만 이루어진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 ‘그날들’은 2013년 제19회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베스트 창작 뮤지컬상을 받는 등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뮤지컬은 1992년과 2012년을 끊임없이 넘나듦에도 보는 이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1992년 사라진 청와대 수석경호원과 그녀. 그리고 꼭 20년이 흐른 뒤, 사라져버린 대통령의 딸과 수행경호원. 이 두 사건의 연결고리에 김광석의 음악이 있다. 20년 전에도 20년 후에도 사람의 섬세한 감정과 시대의 아픔에 공명하는 그의 음악이.

‘그날들’은 그저 음악만 선보이는 뮤지컬은 아니다. 대통령 경호원들이 선보이는 아크로바틱과 화려한 안무, 배우들의 절절한 연기는 ‘공연’이라는 이름으로 김광석의 음악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는다. 뮤지컬 ‘맘마미아’가 ‘아바’의 음악을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있는 것처럼, ‘그날들’ 역시 김광석의 음악을 감상하는 새로운 클래식이 될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김광석의 노래는 어쩐지 가을과 잘 어울린다. 꾸밈없지만 그래서 조금 쓸쓸한 목소리와 멜로디 때문일까. 지금까지와는 또다른 김광석을 만나기 좋은 계절,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그날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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