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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채근담]청탁금지법에 대한 소감
이시윤 변호사  |  sylee@draj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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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호] 승인 2016.09.12  09: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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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약칭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몇 마디 하고자 한다.

필자가 감사원 재직 시인 1994년 추석 때이다. 추석 때와 명절에 지인 간 선물이 오고가는 것은 우리나라의 오랜 관행이다. 명절의 인간적인 정표의 순풍미속으로 출발하였지만, 의례적인 수준을 넘어 기회편승하여 선물을 가장한 뇌물성 금품의 전달로 악용이 일반화되었다. 이 때가 되면 금전거래의 결제수단도 아닌 백화점 상품권에 3000만원, 1000만원, 500만원권이 나돌고, 초고가의 세계적인 명품 포도주가 몰려온다. 수요가 있길래 호화공급이 창출되는 것 같은데, 박정희 정권 때에 뇌물권이라 하여 금지도 하였지만, 흐지부지되었다. OECD 국가 중 명절이 뇌물전달의 찬스로 활용되는 나라가 있는가. 필자의 친구가 캐나다의 큰 제조회사의 공장장으로 일하고 있을 때에 많은 하청업체 중, 크리스마스 때 선물한 곳은 한곳뿐, 그것도 10불짜리 버번 위스키였다는 것이다. 부정부패의 인프라 구축의 자연스러운 기회로 오염시키는 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 필자는 그 해 추석 때, 이 악폐를 뽑고자 많은 감사요원을 풀어 최고 통치권자와의 조율하에 명절감찰을 대대적으로 했다. 그랬더니 그 해 추석명절은 뇌물성 선물돌리기의 열기가 완전에 가깝게 식었다. 사업하는 친구의 반응이 유관업체에 선물을 돌리지 아니할 명분이 섰고, 안돌려도 눈총을 받지 아니하여 좋았다는 것이다. 회사의 생산코스트가 줄었다(2015년 기업에 선물구입비 11조원). 그러나 정관계·언론계 등은 달랐다. 국회에 나갔더니 필자더러 “오죽 할 일이 없으면 명절의 순풍미속에 초를 치느냐”고 강한 질타, 일부 언론은 선물감찰요원을 희화화하는 비난성의 만화와 글을 실었다. 청와대 주인은 별론, 참모들은 이 명절정화운동에 매우 냉담했다. 이 일련의 저항에 낙담하여 계속 추진의 동력을 잃었다.

이러한 경험이 있던 필자는 이 획기적인 청탁금지법의 제정을 누구보다 반겼다. 글로벌 스탠더드이고 도덕선진화의 필수법 제정인데도, 시행되기 전부터 문제점을 부각시켜 헌법소원을 냈다. 일부 언론과 이익단체의 줄기찬 저항에 초연하여 헌법재판소가 다수 의견으로 합헌선언을 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것으로 한 고비는 넘어갔지만, 이 법이 정착되었다고 안심하기에 이르다. 앞으로 이 법이 행위규범과 재판규범으로 살아있는 법이 되느냐가 문제이다. 시행령에서 3(식사), 5(선물), 10(경조사비)의 룰도 정해졌지만, 준법정신이 박약한 국민과 멸사봉공정신이 취약한 공직자 등이 대오각성하여 제대로 지켜주느냐가 관건이다. 이 법의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9월 28일을 앞둔 이번 추석부터 그 영향으로 분위기가 얼마나 달라질지 주목된다.

징계규정에다가 직무와 무관하여도 공직자 등이 100만원 초과의 금품 등 수수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처벌규정을 비롯하여 형벌규정과 과태료규정이 있다. 벌칙운영에 매운 맛을 보이지 않고, 거의 통례처럼 실형률 5%이하이고 집행유예나 벌금형의 온정주의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면 재판규범으로서 실효성은 반감될 것이다. 파키스탄 전 총리 부토 여사의 부정부패 척결은 행정부·입법부만으로 안 되고, 사법부의 협조가 필요불가하다는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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