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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법무법인에 대한 충격적 압수 수색 : 변호사의 비밀유지권
김 현 변호사·변협 변호사연수원장  |  hyunkim@sechang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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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호] 승인 2016.09.12  09: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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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주인공 미키는 부자 의뢰인을 만나기 위해 링컨 차를 타는 속물 변호사인데, 부동산 재벌 루이스를 변호하게 된다. 그러나 사건 진행 중 그가 예전에 의뢰인을 유죄라고 단정한 탓에 징역형을 받고 복역했던 사건의 진범이 루이스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는 변호사로서 비밀유지의무가 있기에 의뢰인의 비밀을 발설할 수 없고 이를 증거로 채택할 수도 없다.

변호사-의뢰인의 비밀유지권은 비밀유지의무로 규정되기도 하지만, 법원 등 국가기관이나 제3자에 대해 그 비밀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이라는 권리로 파악하는 것이 영미법계나 대륙법계 공통적인 입장이다. 우리나라도 변호사법 제26조(비밀유지의무), 형법 제317조(업무상비밀누설)가 비밀유지의무를 규정하며 이를 위반하면 처벌한다. 변호사윤리장전도 비밀유지의무와 위반 시 징계 규정을 두고 있고,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에서 비밀에 관해 증언을 거부하거나 위탁받은 물건이 위탁인의 비밀과 관련된 것일 경우 압수를 거부할 수 있는 규정까지 두어,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을 보호하고 비밀유지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

헌법은 피의자·피고인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변호사는 혐의사실에 관한 모든 정보를 피의자와 공유하며 수사 및 공판에 대응해야 하는데,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가능성이 있다면 피의자는 변호인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 받는다. 검사는 전문적 법률지식으로 무장되어 있는데 비해 피의자·피고인은 법률지식이 부족하거나 구속되어 자신을 방어하기에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까닭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고, 의뢰인이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변호사는 그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이는 변호인과 의뢰인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데, 변호인과 의뢰인 간의 신뢰관계는 비밀유지의무를 전제로 한다. 만약 의뢰인이 변호사가 비밀을 폭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변호사는 효과적인 전략을 취할 수 없고 법원에 확신 있는 주장을 할 수 없으며, 이에 근거한 법원의 판단도 설득력이 결여되어 결국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성을 상실하게 된다.

이처럼 법에서는 의뢰인과 고도의 신뢰관계 형성이 본질적 요소인 변호사의 역할에 맞게 변호사에게 비밀유지의무를 지운다. 변호사법에 변호사의 진실의무도 존재하지만 의뢰인에게 불리한 진실을 포함한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것은 아니고, 피의자·피고인의 정당한 법적 이익을 보호하는 한도에서만 인정되어야 하며, 증거를 인멸, 조작하거나 허위사실을 주장하는 등 진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그친다.

검찰이 롯데그룹의 탈세 의혹을 수사하면서 롯데그룹에 법률자문을 해 준 로펌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자료를 제출받은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의뢰인의 범죄혐의와 관련해 로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음으로써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을 침해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축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로펌이나 변호사의 범죄혐의가 아닌 의뢰인의 범죄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수사목적으로 로펌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발부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중대하고 급박한 신체적, 재산적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건에 대해 단지 관련 자료가 해당 로펌에만 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변호사의 변론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법치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은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아시아 각국이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이며, 최근 아시아태평양지역법률가협회 연차총회에서 변호사의 비밀유지원칙 강화를 골자로 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세계 주요국가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변호사의 의무이자 특권이다.

제19대 국회에서 변호사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다가 국회 임기만료로 법안이 자동 폐기되었는데, 변호사법 제26조(비밀유지의무)에 제2항을 신설해 “누구든지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의사교환 내용 및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하여 작성한 자료 등을 의뢰인의 의사에 반하여 공개하거나 개시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 다만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거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를 추가하는 내용이다. 의뢰인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뢰내용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충분하고 안전하게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제20대 국회에서는 비밀유지권이 인정되는 외국의 사례를 고려하여 법치주의 가치의 바탕이 되는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과 변호사의 변론권 보장을 위해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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