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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기자실]공소시효의 벽
양은경 조선일보 기자·변호사  |  k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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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호] 승인 2016.08.29  11: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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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넥슨의 김정주 대표가 다시 검찰에 소환됐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과 수차례 가족을 동반한 해외여행을 다닌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추가적인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이다. 사실 그는 이미 2005년 비상장주 1만주 제공 부분과 2008년 3000만원 상당의 제네시스 제공 부분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상태다. 공소시효가 10년인 뇌물수수와는 달리 뇌물공여죄는 7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에 새로 조사대상이 된 해외여행도 2008년 이전의 일이라면 처벌이 곤란해진다.

뇌물공여자인 김 회장이 좀 더 폭넓게 공소시효의 혜택을 누리고는 있지만 뇌물을 받은 진 검사장 또한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미 진 검사장에 대한 수사 시작 전부터 2005년 비상장주 주식 1만주 제공 부분은 이미 시효가 지났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다 7월 15일 검찰이 ‘포괄일죄’카드를 꺼내들며 진 검사장을 전격 체포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2005년 주식제공, 2006년 이 주식을 팔아 매매대금 10억원을 받은 부분(진 검사장은 이중 8억 5000만원으로 넥슨 재팬 주식을 샀고 이 주식이 126억의 ‘대박’을 낳았다), 2008년 제네시스 승용차 제공까지 모두 한데 묶어 하나의 범죄이므로 2005년 주식 제공 부분도 모두 포함된다는 논리다.

그렇게 되면 승용차는 물론 2005년 제공한 1만주에서 불어난 126억원 상당의 ‘대박’금액까지 모두 몰수가 가능해진다.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따르면 불법수익으로부터 증식한 자산도 몰수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포괄일죄는 분노한 국민감정을 고려한 ‘신의 한수’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런데 포괄일죄로 인정받으려면 범의(犯意)의 계속성, 단일성이 인정돼야 한다. 이 부분에서 상당수의 법조인들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한 법관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모른다고 전제하면서 “현재로서는 구체적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 ‘검사 친구’에게 ‘보험성’으로 줬다는 것이고 각각의 제공형태도 달라 보인다”고 했다. 만일 담당 재판부의 판단도 그렇다면 포괄일죄로 기소하더라도 초반의 주식제공이 빠지게 되고, 그러면 몰수·추징할 수 있는 부분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주식대박’검사장에 대한 들끓는 분노에 비해 정작 결과는 초라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실정법과 법감정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것은 결국 범죄가 오랫동안 방치된 탓이다. 수사기관이 오랫동안 형벌권을 행사하지 않는 데 대한 소송법적 제재수단이 공소시효이고 그로 인해 피의자는 처벌의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반사이익을 누린다. 그런데 과연 오랜 시간의 수사 태만에 대한 실정법적 제제는 있는 것일까. ‘주식대박 검사장’에 대한 들끓는 분노는 결국 사법시스템에 대한 냉소로, 자조로 결론날 수밖에 없을까. 마치 요새(要塞)처럼 고위층 범죄자를 감싼 공소시효의 벽 앞에서 문득 생기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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