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물농장’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지방에 있는 강아지 공장을 촬영한 영상이 방영되었다. 최악의 위생상태에 방치된 번식견들이 강제 교배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주 잔인해 보였지만 강아지 공장 안의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같은 프로그램에서 ‘똘똘이’라는 강아지를 보았다. 자식이 없던 부부는 똘똘이를 아들처럼 생각하며 돌봤다. 불치병을 앓고 있던 똘똘이를 위해 여행을 떠난 부부. 그런데 똘똘이는 여행 도중 평소 좋아하던 눈밭 위를 산책하다가 쓰러졌고 주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숨을 거뒀다. 똘똘이가 주인의 품에서 숨을 거둔 장면은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슬펐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는 1000만 명에 이르게 되었고 동물에 대한 관심도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 관심의 영향인지 동물 보호와 복지를 위한 제도도 차츰 정비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날로 증가하는 관심에 못미치는 수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헌법에 ‘동물의 존엄성’을 명시하였다. 그래서인지 자격증이 있어야만 개를 기를 수 있고, 처음 개를 기르는 사람은 개 훈련 학교에 다녀야 하며 동물 관련 법규를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각 주마다 (국선변호사와 유사한) ‘동물 변호사’가 있다. 동물 변호사의 업무는 피해를 당한 동물의 입장에서 검찰, 경찰과 공조해 범죄 수사를 진행하고, 동물을 대신해서 동물 변호사의 판단하에 형사고소를 제기하는 것. 피고소인은 주로 동물을 의도적으로 학대하거나 방치한 동물 주인, 동물에게 잔인한 행위를 가한 사람 등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동물은 동물보호법에 의해 보호를 받기는 하나, ‘재물’이다. 소유가 가능하므로 버려도 무방하고, 수의사의 과실로 반려동물이 죽어도 손해배상액은 소액의 위자료가 거의 전부이며, 동물을 학대했다 하여도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반려동물 문제로 민, 형사상 분쟁이 늘고 있지만 이를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는 법률도 없다.

다른 나라에선 원숭이가 직접 찍은 셀카의 저작권자가 누구인지, 동물과의 성행위를 금지한 법률이 위헌인지 등이 이슈가 되고 있다. 동물에 대한 인식이 변해간다면 언젠가 우리나라도 동물이 원고나 피고 당사자가 되고, 동물을 위한 변호사의 활동도 늘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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