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일 아침, H신문 8, 9면을 보던 중 검찰 관련 뉴스 3건을 접하게 되었다. 3건 중 어느 1건도 납득하기 어려운데 3건을 한꺼번에 접하니 27년간 변호사 활동을 해 온 사람으로서 분통이 터지고 너무나 부끄러웠다. 위 3건을 보면 최근 계속되는 검찰의 부패, 비리는 검사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는 검찰의 정의관념 실종과 정치적 편향 등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라고 여겨진다.

2013년 5월 한겨레가 입수해 공개했던 국정원의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 운영실태 및 대응방향(박원순 제압문건)’은 전국경제인 연합회 등 재계 단체와 저명 교수와 논객, 언론은 물론 어버이연합 등 민간 극우 보수단체를 활용해 박 시장에 대한 비난여론을 조성하게 하는 등의 계획이 적힌 문건이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이 문건을 바탕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9명을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같은 해 10월 국정원의 기존 문건과 글자 폰트나 형식이 다르므로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으로 보기 힘들다며 사건을 각하처리 하였다.

지난 8월 1일 시사주간지 ‘시사인’은 복수의 전직 국정원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위 박원순 제압문건이 국정원에서 작성된 문건이고, 위 문건에 나온 그대로 기획하고 실행했다고 보도했다.

두 번째는 SNS의 유령계정을 동원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직적으로 유포해온 정황이 드러난 보수단체 간부가 2014년 8월부터 2015년 4월경까지 자신의 트위터를 이용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종북 수괴이며 북한 지령을 이행하고 있고, 북한 사이버 댓글팀이 성남시장 선거를 도왔고, 세월호 사건을 선동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는 등의 글을 수시로 올렸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공직선거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성남시장에 대한 엄청난 명예훼손과 모욕죄가 성립되고 죄질도 극히 불량하다.

성남시장이 2015년 5월 위 간부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하자 서울중앙지검은 2015년 12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결정을 했다. 이 시장이 2016년 3월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하자 서울고법(형사 27부)은 2016년 7월 15일 재정신청 결정문에 이례적으로 증거자료를 보면 이 사건은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표현하며 공소제기를 결정하기로 하고 재정신청을 받아 들였다.

조그만 시사 주간지도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이라고 쉽게 밝혀내고 있고, 수사권도 없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법원도 충분히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건을 막강한 조직과 수사력을 가진 검찰이 수사의지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밝혀낼 수 있었을 것이다. 수사 의지와 능력이 있었음에도 밝혀내지 못했다면 검찰의 무능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고, 혐의가 인정되는데도 정권의 눈치를 보고 무혐의 결정을 했다면 검사가 출세를 위해 영혼을 파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검찰이 지난 6월 20일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 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변협에 홍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를 신청했다. 변협은 홍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 여부를 검토하면서 지난 6월 말 중앙지검에 홍 변호사의 몰래 변론 목록을 제공해 달라는 사실조회를 했다. 검찰은 정식으로 답변하지도 않고 사적으로 몰래 변론은 수사도 하지 않았고 변협에 요청한 징계요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사건 관계자들도 공개되기를 원하지 않고 목록이 없다며 제출을 거부하였다고 한다.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을 한 몰래 변론은 전관 변호사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사건에 영향을 끼치거나 탈세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여 변호사법 위반이고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몇달 전에도 검사장 출신 변호사 2명이 선임계 미제출로 각 2000만원의 과태료 징계를 받았다. 몰래 변론은 범법행위이고 과태료 부과 대상이므로 검찰은 당연히 징계요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공소제기가 되지 않아 징계요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징계요구 대상이 아니므로 자료제출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구차한 변명이고 형평성에도 심히 어긋난다. 검찰은 2014년 간첩 조작사건과 세월호 집회 사건을 변론했던 민변의 장, 김 변호사에 대해서는 공소제기는 물론 수사조차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도 변협에 징계개시 신청을 했다. 변협이 징계개시와 이의신청을 모두 기각했는데도 법무부가 징계절차 개시결정을 해 위 두 변호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으나 법무부는 항소까지 하면서 집요하게 다투고 있다. 전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는 홍 변호사의 62건이나 되는 몰래 변론 행위에 대해 징계개시 신청도 하지 않고 자료 제출도 거부하는 모습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고 너무나 편향적이다. 몰래 변론에 대한 자료 제출 거부는 62건의 몰래 변론 과정에서 검찰의 부당한 업무처리가 드러날까 두려워 목록을 숨기고 싶은 것이다.

위 3가지 사례를 접한 아침 매우 우울한 마음으로 출근하면서 우리 검찰의 정의와 법치사회 구현은 요원하고, 아니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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