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에게는 하루에도 몇건씩 ‘제보’라는 것이 온다.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 소속이라던지 방송같은 곳에 얼굴을 내밀어 조금의 유명세를 탄 경우 제보의 수는 더 많아진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정말 의미있는 제보는 드물다. 대부분 제보라기 보다 밑도 끝도 없는 하소연인 경우다. 처음에는 이런 제보들도 고맙다. 십수년 전 첫 번째로 받았던 제보의 설렘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다. 하고많은 기자 가운데 나를 찾아줬다는 것 자체가 고마웠다. 당연히 한자한자 꼼꼼히 읽어보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안되면 해당관청에 알려서 억울함을 풀어 주려고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설렘은 점차 줄게 된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 많은 제보가 따져보면 비슷비슷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사실관계나 취지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의 횡설수설이다. 그게 아니면 행정기관이나 수사기관의 편파적이고 불법적인 업무처리로 피해를 봤으니 언론에서 취재해 달라는 내용이다.

간통죄가 살아있을 때에는 바람핀 배우자의 파렴치한 행동을 보도해서 망신을 시켜달라는 요구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막상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면 억울하다고 보기 어려운 사연이거나 제보내용과 전혀 다른 경우도 많았다. “유력인사의 비자금 자료를 갖고 있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자료대신 자기 자랑만 실컷 늘어놓은 사람도 있었다.

솔직히 말해 ‘제보’ 가운데 진짜 의미있는 것은 1%도 채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일이 계속되다보면 제보라는 것에 무감각해지게 된다. 엄청난 사건이라는 식으로 접근해 오는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더 외면하게 되는 일도 생긴다.

1% 가능성도 소중하게 여기고 성실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정말 중요하고 심각한 제보를 놓치기도 한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필자가 놓친 제보 가운데 가장 엄청난 것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사연이었다.

고백하건데 필자는 그들이 억지를 쓴다고 생각했다. 나도 가습기 살균제를 썼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속으로 모진 말을 내뱉기도 했다.

하지만 몇년 뒤 우연히 내 아들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서야 그들이 보냈던 메일이 생각났다. 그때의 후회와 자괴감, 당혹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그날 이후 1%의 가능성이 얼마나 큰 것인지 절감하고 있다. 마치 스팸처럼 날아드는 제보를 이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