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베이컨의 여섯 다리 법칙’이란 말이 있다. 어떤 배우와 배우 케빈 베이컨 사이의 최소한의 연결 고리를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여섯 사람만 거치면 다 아는 사이라는 인간 관계의 법칙을 말한다. 요즘처럼 SNS가 발달한 시대에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여섯 다리’까지 필요 없이 클릭 한번이면 미국 대통령 오바마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3년차 새내기 변호사인 필자가 느끼기에 법조계는 정말로 좁다. 다른 전문분야도 희소성 때문에 좁겠지만, 일단 법조 3륜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타 직역에 비해 절대적인 수가 적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출신학교부터 연수원이나 로스쿨 기수를 따지다 보면 여섯 다리 법칙이 아니라, ‘한 다리 법칙’이 통용되는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가끔 의뢰인이 내게 항소심을 선임하러 와서 1심 변호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묻기도 하고, 검찰이나 경찰에 입직한 지인이 법원에 간 동기에 대해 묻기도 한다. 심지어 채용하고자 하는 변호사에 대한 ‘레퍼런스 체크’를 하는 대표변호사도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평판이 중요하다고 한다. 능력이든 인품이든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는 빠르게 이루어지고 소문도 금방 난다.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바로 해야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다. 사람에게 첫 인상이 중요하듯, 한번 평이 내려지면 고치기 어렵다. 요즈음은 변호사 수가 늘어나서 조금 덜하다고는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방변호사 회의 경우 변호사들 서로 잘 알고 지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좁은 세계라 그런지 ‘법조 3륜’이라는 근사한 말이 일반 국민에게 오해를 산다. 요즘처럼 법조비리가 이슈가 되고 있는 시점에선 법조인의 ‘끼리끼리 문화’라고 비판을 받는다.

서울에서 10년 넘게 생활하다가 고향에 내려온지 3년째다.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기 법조인들이 가끔 그립다. 오늘 받아본 서면에 상대방 대리인 이름이 낯익다. 동기 변호사다. 페이스북 ‘알 수도 있는 사람’에 반가운 이름이 뜬 것처럼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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