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 소위 ‘갑질’에 대한 논란이 많다. 계약서 ‘갑’란의 당사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할 때 ‘갑질‘을 한다고 표현한다. 건설현장에서도 이러한 ‘갑질’이라고 주장되는 경우가 있다. 공사도급계약서의 ‘갑’인 도급인(발주자)이 ‘을’인 수급인(계약상대자)에게 불이익을 준다거나, 공사하도급계약에서 ‘갑’인 수급인이 ‘을’인 하수급인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도급인(발주자)이 수급인(계약상대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논란은 민간공사와 관급공사에서 모두 발생한다. 이러한 논란은 발주자가 입찰참가자격제한, 벌점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관급공사의 경우 더 문제가 된다.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는 것 중 하나가 설계변경, 물가변동,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신청의 경우이다.

대법원은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약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적법한 계약금액조정신청에 의하여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4다28825 판결). 마찬가지로 설계변경, 계약내용의 변경의 경우에도 계약상대자의 신청이 있어야 계약금액의 증액조정이 인정된다.

그런데 계약금액 조정신청에는 시기의 제한이 있다. 정부도급공사 공사계약일반조건 제20조 제10항(설계변경), 제22조 제3항(물가변동), 제23조 제5항(기타 계약내용 변경)에 따라 계약상대자는 준공대가(장기계속계약의 경우에는 각 차수별 준공대가) 수령 전까지 계약금액 조정신청을 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과 관련하여 당사자 사이에 계약금액조정을 염두에 두지 않고 확정적으로 지급을 마친 기성대가는 당사자의 신뢰보호 견지에서 공제되어 계약금액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준공대가 수령 이후 물가변동, 설계변경,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인한 공사대금 증액 요청을 하며 소송을 제기한 경우 패소판결을 받게 된다.

그동안 계약상대자가 계약금액 증액의 조정신청을 하더라도 발주자가 이를 접수하지 않고 준공대가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획재정부는 책임감리원에게 계약금액 조정신청을 한 것도 적법한 것으로 보는데, 책임감리원이 여러 사유를 들며 계약금액 조정신청을 접수하지 않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계약상대자는 계약금액 조정신청서 접수를 할 경우 그 발주자가 다른 공사에서 공사감독을 까다롭게 하기 때문에 계약금액 조정신청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발주자는 계약금액 조정을 받아들이면 예산의 증액이 불가피하게 되고 예산의 증액은 국회,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계약금액을 증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건설경기의 악화로 경영이 어려워진 시공사들은 종전과 달리 적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 즉, 발주자가 계약금액 조정신청서를 직접 접수하지 않고 계약금액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준공대가 수령 전에 내용증명으로 이를 발송하여 접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계약금액 조정신청서를 접수한 후 소송의 방법으로 계약금액 증액을 인정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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