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법조지도자회의 8~10일 동경에서 개최, 양국 변호사회 회장 및 임원 참석
일본 사법지원센터 ‘법테라스’ 운영 노하우 배워…“사법제도 발전 도움되길”

▲ 대한변협 대표단이 ‘법테라스’를 방문해 조직 및 운영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일 변호사가 만나 양국 법조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와 일본변호사연합회(회장 가즈히로 나카모토)는 지난 8~10일 일본 동경에서 제6차 한일법조지도자회의를 개최했다.

일변연 가즈히로 나카모토 회장은 인사말에서 “제6차 회의 주제인 ‘형사변호의 여러 문제’, ‘고령사회와 변호사의 역할’은 양국의 공통적인 과제를 많이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활발한 토론을 통해 양국 제도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양 변호사회간의 우호관계가 계속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변협 하창우 협회장은 “변협이 추진하고 있는 사법지원센터는 일본 ‘법테라스’를 모델로 삼은 것으로, 이번 회의가 일본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형사변호상 이슈 및 법률구조제도 논의

제일 먼저 변협 이종수 기획이사가 ‘형사변호상의 최근 이슈’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종수 이사는 “형사 변호에 있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변호인 참여권 보장 문제”라면서 “변협은 검사의 강압수사, 인권침해 수사 등 검찰 권력의 부당한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검사평가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자 신문 참여권 보장을 위한 매뉴얼 마련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제시 등 변호인 참여권 활성화를 위한 변협 활동을 소개했다.

일변연 야마구치 겐이치 부회장은 ‘사법거래와 형사면책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사법거래제도란 경제·약물·총기범죄 등 특정 범죄에 대해 피의자·피고인이 검찰에 협조함으로써 가벼운 형을 얻는 것으로, 협의 과정에서 변호인의 관여가 필수적이다.

야마구치 겐이치 부회장은 “위 제도의 최대 문제점은 자백의 진실성 확보로, 법안은 성립됐으나 협의의 상세한 절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라며 “향후 위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형사면책제도 또한 검사가 수사 도중 피의자를 증인으로 소환해 증언하게 하거나, 형사면책을 받기 위해 피의자가 거짓 증언을 할 수도 있는 등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제도운용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오판을 막기 위한 변호인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변협은 현재 산재돼 있는 법률구조제도를 통합 운영하는 ‘사법지원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변협 이진욱 사업이사는 “현재 한국의 법률구조제도는 피의자와 피고인, 피해자의 권리보호에 매우 미흡하다”며 “사법지원센터가 설립되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충실히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법지원법안에는 변호사단체가 독립적인 형태의 사법지원센터를 설립해 국선변호, 국선보조, 헌법재판에서의 국선대리 등 법률구조에 관한 업무를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6년 민·형사 등 법률구조제도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법테라스’를 설립했다.

야마구치 겐이치 부회장은 “법테라스에서는 직접 국선변호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개별사건에 관한 국선변호인의 지명 및 법원 등에 대한 통지, 국선변호인에 대한 보수·비용의 산정과 지불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면서 “변호사 단체가 직접 사법지원 업무를 담당함으로써, 변호인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령화 시대 맞아 변호사 역할 모색

두 번째 세션은 ‘고령화시대 변호사의 역할’을 주제로 진행됐다.

일본은 지난해 65세 이상의 노인이 전체 인구 중 26%를 차지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현재 한국의 고령화율은 13%이지만, 고령화 속도는 가장 빨라 2050년에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고령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변협 박종흔 교육이사는 “성년후견제도 시행으로 변호사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등 전문직후견인의 선임비율이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년후견제도 활성화 방안으로 ▲격리시설 수용에 성년후견인이 권한을 가지도록 하는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후견사무 처리에 있어 표준화된 매뉴얼을 마련하며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사회인식 전반을 확대할 것 등을 제시했다.

일변연 미즈카나 세이소 부회장은 “2060년에는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고령자의 권리옹호가 중요해지는 만큼 변호사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변연은 일명 ‘해바라기 안심사업’을 통해 고령자·장애인들을 위한 법률지원사업에 힘쓰고 있다. 전화상담, 출장상담 등 법률상담뿐만 아니라 사법접근성이 떨어지는 이들을 위하여 복지 관련 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활동하고 있다. 또 지역 복지의 거점인 ‘지역포괄지원센터’에 담당변호사를 배치해 방문상담 외에도 전화·팩스로 상담을 받기도 한다.

미즈카나 세이소 부회장은 “지역포괄지원센터에서 복지전문직을 통한 간접 지원 대신 고령자·장애인을 직접 지원하기 위해서는 복지전문변호사 양성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예산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변협 대표단은 세미나 참석 외에도 일본 방문 첫날인 8일 법테라스를 견학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한일법조지도자회의는 양국 변호사회 회장 및 임원진들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공통된 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국제 콘퍼런스다. 1987년 정례교류회 형태로 시작해 2011년 ‘한일법조지도자회의’로 정식 명칭을 변경한 뒤, 제주도에서 첫 회의를 시작으로 매년 양국을 오가며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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