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3다49381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재건축주택정비사업조합)는 최종적으로 전체 조합원의 80%가 넘는 조합원으로부터 ‘조합원의 무상지분 권리금액, 평균 무상지분율, 조합원들에게 우선분양하고 남은 아파트 잔여세대의 일반분양에 따른 조합원들의 수익의 환급’ 등에 관한 내용(이하 ‘이 사건 수익조건’이라 한다)이 포함된 재건축동의서를 교부받아 당시의 법령에 따른 재건축결의를 하였다. 이후 원고의 총회에서 이 사건 수익조건을 변경하는 내용의 본계약안 안건(이하 ‘이 사건 안건’이라 한다)은 재적조합원 2516명 중 1378명의 찬성으로 승인결의(이하 ‘이 사건 결의’라 한다)가 이루어졌으며, 원고는 시공사인 피고와 이 사건 안건이 포함된 본계약(이하 ‘이 사건 본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이후 원고의 일부 조합원들이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소에서 ‘이 사건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라는 판결이 확정되었다.

2. 원심의 판단
비법인사단의 대표자가 ‘정관’에서 총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한 대외적 거래행위를 그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한 경우에 거래 상대방이 그러한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가 아니라면 그 거래행위는 유효하다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법령’에서 법인 대표자의 대표권을 제한하고 있는 경우에도 그 대표권 제한에 위반된 대표자의 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법인의 이익 또는 법인 구성원의 이익과 대표자의 행위를 유효한 것으로 신뢰한 거래상대방의 이익 또는 거래의 안전을 비교 형량하여 후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더 큰 경우에는 그 거래행위를 일단 유효로 하되, 거래상대방이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다음, 그 판시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본계약은 일단 유효하고, 거래상대방인 피고가 이 사건 안건에 대하여 특별결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본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결 요지
이 사건 안건은 당초의 재건축결의에서 채택한 조합원의 비용분담조건을 변경하는 안건에 해당하므로 구 도시정비법의 관련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결의는 그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하여 효력이 없고, 이 사건 본계약도 결국 법률에 규정된 요건인 총회결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므로 무효이다. 그리고 피고가 이 사건 본계약 체결 시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여부는 계약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원심이 든 대법원 2002다64780 판결은 비법인사단의 정관에 의한 대표권 제한에 관한 것으로서 강행법규를 위반한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한다. 강행법규에 의하여 요구되는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에 의한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이상 원고의 조합장은 원고를 대표하여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다 할 것이어서, 원고의 조합장이 행한 이 사건 본계약 체결행위에는 표현대리의 법리가 준용되거나 유추적용될 여지가 없다 할 것이고, 원고가 이 사건 본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도시정비사업에 있어서 ‘시공자 계약서에 포함될 내용’에 관한 안건이 조합원의 비용부담 조건을 변경하는 것인 때에는 비록 그것이 직접적으로 정관 변경을 하는 결의가 아니라 할지라도 실질적으로는 정관을 변경하는 결의에 해당한다는 점, 그 안건에 관한 의결 정족수는 정관변경에 관한 도시정비법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요한다는 점,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당초의 재건축결의 시 채택한 조합원의 비용분담조건을 변경하는 취지로 시공사와 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계약은 강행법규에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라는 점 등을 밝혀 도시정비법 규정 중 강행법규적 성격을 가진 규정에 위배되는 법률행위의 효력을 명백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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