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알파고 대전 이후, 법조계에서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전적 문제 방지를 위한 관계 법령의 정비도 법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아직 초기 단계이기는 하나 알파고 대전 이후 점진적으로 인공지능과 법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인공지능이 상용화된다면, 법적으로 정비되어야 할 이슈들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큰 틀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문제에 대해 법과 제도를 어떻게 정비할 것인가가 논의될 수 있다.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다수의 인원이 ‘노동으로부터의 퇴출’을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퇴출’이 아닌 ‘해방’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이 노동을 하지 않더라도 현재 수준의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거나, 여타 사회적 장치를 통해 현재와 동일한 수준의 삶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는 결국 인공지능을 가진 자에게 집중되는 부를 그렇지 않은 대다수에게 배분하는 제도에 대한 고민이 될 것이다. 이와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1차 산업혁명 이후 조세제도, 사회보장제도가 등장했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기존의 제도를 변형, 발전시켜 이용하게 될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도를 도입하여야 할 것인지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구체적인 문제로 넘어가면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실질적인 손해를 발생시켰을 때, 과연 누가 책임을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가 등장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단순한 물건이나 동물과 달리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여 독자적으로 판단, 행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을 독자적인 법적 책임의 주체로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에 인간과 동일한 혹은 제3자적 지위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 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있거나 형벌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한, 인공지능만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현실적인 구제책이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소유자, 제작자, 시스템 개발자, 명령입력자, 조종자 등 인공지능과 관련된 그 ‘누군가(이하 ‘인공지능 관련자’라고 함)’가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자가 입증된다면 그 사람 또는 법인이 책임을 부담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공지능으로 인한 손해의 직접적인 원인을 밝혀내고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 구제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의료소송, 환경소송 등에서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을 완화해서 인정하는 것과 같이 인공지능과 관련된 문제에서도 유사한 법리가 도입될 필요성이 있을 것이고, 나아가 직접적인 원인자를 밝히기 어려운 경우 인공지능 관련자가 모두 연대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방법, 1차 책임자를 소유자로 규정하는 방법 등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부의 재분배 및 인공지능 관련자의 책임 문제는 결국 인공지능에 대한 제재가 될 것인바, 제재만을 강조하면 대한민국 내 관련 기술 개발이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예상 가능한 위험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과도한 규제로 인해 인공지능 산업 발전이 저해되지 않도록, 사전적으로 과학계, 법조계, 소관 부처, 국회 등이 긴밀한 협업을 지속하여야 할 것이다. 예상 가능한 비체계적 위험을 예방하는 법규와 함께 대한민국 인공지능 산업의 발전을 돕는 능동적인 법조계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