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안으로 화장기 없는 얼굴을 한 수수한 면 원피스 차림의 여자가 걸어 들어왔다. 여기서는 편의상 그녀를 Y라고 부르겠다. Y의 방문 이유는 자신이 결혼하려는 사람이 1심에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대마)죄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는데, 항소심 변호를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1심에서 이미 양형기준상 형량 범위의 ‘하한’을 선고받았던 사안이라 항소심에서 형량을 낮춘다는 것은 요원해 보였다. Y 역시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커다랗게 쌍꺼풀진 Y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Y는 눈물을 참아보려 애쓰지만 그게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결국 Y는 한 차례 눈물을 쏟아낸 후에야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Y의 말에 의하면, 피고인이 대마를 재배하여 판매한 것은 모두 자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Y의 친정 부모님이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피고인과 Y의 결혼을 반대하자, 피고인이 결혼 자금을 마련하려고 저지른 일이라는 것이다. Y는 자신이 피고인과 사귀게 된 것도, 피고인이 노숙인에게 햄버거와 음료수를 건네는 모습을 보고 그 따뜻한 품성에 반하였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피고인이 실제로 얼마나 고운 심성을 가진 사람인지 계속하여 설명하였다.

피고인은 집행유예기간 중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던 탓에 판결이 확정되면 유예되었던 형까지 합산하여 집행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합산될 형기까지 포함하면 피고인은 자그마치 2년 6개월이라는 기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다. Y는 그러한 피고인을 기다리겠다고 하였다.

기록 검토 후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피고인을 만났다. 뜻밖에도 피고인은 매우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자신이 죄를 저질렀으니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면서, 다만 Y에게 많이 미안할 뿐이라고 하였다.

세상의 기준에 의하면 Y는 피고인보다 무려 13살이 어린 예쁘장한 외모의 친구였고, 피고인은 가족도 없고, 돈도 없고, Y와 교제하던 중에 대형 교통사고를 당하여 몸조차 온전치 않은 마약사범일 뿐이었다. 심지어 피고인은 얼굴까지도 그저 그랬다.

처음에는 Y에게 ‘그런 남자 따위 잊어버리고 새 삶을 시작하라’는 충고를 해주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내 말 한마디에 Y와 피고인이 헤어질 것도 아니거니와 나로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Y의 사랑이 대단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후 몇번 더 피고인을 만났고, 나는 그 만남을 통하여 대단하기는 하지만 어리석다고 여겼던 Y의 사랑을 비로소 응원할 수 있었다. 쉽게 사랑을 시작하고 쉽게 사랑을 포기하는 세상이다. 관계를 맺고 지켜나가고자 하는 마음, 저 밑바닥처럼 보이는 인생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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